대구 '태왕 아너스' 평당 7백만원 아파트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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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아무리 위치가 좋은 곳이라곤 하지만 평당 7백만원은 말도 안된다.” “대구에서 가장 고급스런 아파트인 만큼 그 정도는 받아야 한다.”

평당 분양가가 7백만원대인 아파트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 지고 있다.

문제의 아파트는 ㈜태왕이 수성구 황금동 덕원고교 자리에 짓기로 한 ‘태왕 아너스’(HONORS).

20층짜리 건물 네 동(棟)인 이 아파트는 평당 분양가가 7백만원 안팎으로 지금까지 대구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비싸다.고가의 아파트답게 소형 평수는 없고 모두 36∼87평이다.태왕은 이 아파트를 다음달 중 분양키로 하고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했다.

이 아파트를 계기로 대구의 아파트 분양가가 5백만원대에서 단숨에 7백만원대로 껑충 뛰는 셈이다. 이처럼 유례없는 분양가 탓에 이 아파트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일부 시민들은 “도대체 어떻게 집을 짓길래 가격이 이렇게 비싸냐”며 반발하고 있다.대구시청에도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주부 정모(35·수성구 범물동)씨는 “결국 이 아파트가 새로 지을 다른 아파트의 분양가도 올려 놓을 것”이라며 “가격이 적정한지 따져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인중개사 김모(43)씨는 “아파트 분양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땅값이지만 이 지역의 지가가 얼마나 비싼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회사측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아파트의 가격이 비싸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다”고 주장했다.

전 가구를 남향으로 배치해 햇빛이 잘 들고,원목 문짝 등 아파트 내부도 모두 수입가구로 치장한다는 것이다. 또 36평형의 경우 호텔형 아파트는 전용면적이 25평 남짓이지만 이 아파트는 29평이나 되는 등 잇점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어컨·세탁기 등을 원격조정할 수 있는 홈오토메이션 시스템도 도입해 분양가가 비쌀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건축자재나 위치 등을 고려하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건축에서 자재값 등 시설비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만큼 ‘7백만원선’은 비싸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왕은 수성구 욱수동 시지택지지구에 덕원고를 새로 지어주는 대신 학교 땅을 취득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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