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광주서 유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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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한 차기 주자들이 25일 사실상 첫 유세대결을 벌였다. 광주 무등 파크텔에서 5백여명의 당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광주시지부 후원회에서다.

행사에는 이인제(李仁濟).김근태.한화갑(韓和甲).정동영(鄭東泳)고문과 유종근(柳鍾根)전북지사가 참석했다. 노무현(盧武鉉).김중권(金重權)고문은 TV토론 준비 때문에 불참했다.

이날 후원회에서 대부분의 주자들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차별화 대신 업적을 강조했다. 또한 "광주청문회가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다"(李고문), "광주는 민주 성지"(韓고문), "광주는 제2의 고향"(金고문) 등으로 연고를 강조했다.

주자들간 전략도 다소 엇갈렸다.

金고문.柳지사 등은 각종 게이트를 강도높게 비난하며 '클린'이미지를 강조하려 했다. 반면 李고문과 韓고문은 게이트에 대한 공격보다 방어에 주력하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 공세의 초점을 맞췄다.

가나다 순으로 한 축사에서 김근태 고문은 "1997년 정권교체를 이룩하고 4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게이트들이 망령처럼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부정부패.게이트의 망령을 추방하고 지역주의를 척결하는데 광주 시민들이 선봉에 서달라"고 호소했다.

유종근 전북지사는 "金대통령의 4년간 업적이 각종 게이트로 인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개선을 통해 부정부패를 뿌리뽑겠다"고 역설했다.

이인제 고문은 이회창 총재 공격에 초점을 맞췄다."미국에서 전략적 포용주의다 뭐다 하며 알 수 없는 말을 하는데, 그동안 김정일(金正日)답방을 막으려다 답방 무산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되자 답방이 필요하다고 하는 등 수시로 말을 바꿨다"고 비난했다.

그는 "金대통령의 구조조정과 개혁.냉전을 화해로 돌린 일은 두고두고 위대한 업적으로 남을 것"이라며 "최근의 게이트는 권력구조적 부정부패가 아니라 벤처기업인도 아닌 사기꾼들이 여기저기 휘젓고 다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동영 고문은 "민주당의 국민참여 경선제가 폭발하면 그 에너지로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경쟁력을 갖고 재집권할 수 있다"면서 "한나라당의 집권은 역사가 뒷걸음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갑 고문은 "지난해에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을 만났더니 '장영자 사건 때 張씨에게 정치자금을 만들었다고 공격당했는데 당시 나는 張씨 이름도 몰랐다. 金대통령도 어떻게 그런 게이트를 알았겠느냐'고 위로하더라"며 "지금처럼 여러 게이트가 터져나올 수 있는 것도 그만큼 국민의 정부가 민주화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애국심도 없고 당리당략을 앞세워 김정일 답방을 반대하고, 대통령이 되는데 유리한 길만 찾는 이회창씨는 대통령이 돼선 안된다. 광주시민들이 막아달라"고 말했다.

광주=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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