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원 퇴임 박상용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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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개각 때마다 금융감독위원들이 수시로 바뀌는 것을 지켜보는 게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직무의 연속성이 흔들리면 금감위의 독립을 지켜내기 어려습니다."

1999년 1월 비상임 금감위원에 임명돼 3년간의 임기를 마친 연세대 박상용(경영학.사진)교수가 25일 위원직을 퇴임하며 밝힌 소회다.

朴교수는 숨가쁘게 진행된 금융기관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감위의 주요 안건을 의결하는 데 깊숙이 참여했다.

그래서인지 떠나는 날 금감위에 대한 고언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금융기관 생사를 결정짓는 금감위원들이 충분히 심의하도록 앞으로는 전업(full time)으로 일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연직 금감위원 중 재경부 차관과 한은 부총재는 바빠서 출석을 못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위원에서 빼자는 방안도 건의했다.

그는 특히 신용협동조합의 부실 문제와 관련, "1997년 신협법을 바꾸면서 출자금까지 예금보호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도덕적 해이를 낳을수 있는 악법"이라고 지적해왔다.

조합원이 출자금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데 금융사고가 생길 경우 국민의 세금을 쏟아붓게 만든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었다.

마침 본지가 '신협 4곳 중 1곳이 부실하다'는 보도(지난해 11월 20일자)를 하자 朴교수는 여론 환기를 위해 언론에 적극 기고했다.

당시 신협측은 "신협 임원이 부실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주장 등은 잘못됐다"며 즉각 반발했다.

朴교수 월급에 대해 법원에 가압류 신청을 냈고 최근엔 10억원의 손배소송도 냈다. 朴교수는 그러나 "소신 발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떠나는 순간에도 국회를 향해 대오각성을 촉구했다. 지역구를 지나치게 의식한 입법인 만큼 정상적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朴교수는 오는 29일 법원에 신협측의 가압류 조치가 부당하다는 의견서를 낼 예정이다.

朴교수는 "우리 사회는 집단이기주의에 가로막혀 건전한 상식에 기초한 건설적 견해를 피력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두려운 사회'로 달려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금감위 청사를 떠났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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