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방화추정 잇단 산불에 '공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포항시 북구 기계면 지가리 일대 주민들이 ‘산불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최근까지 방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잇따라 발생해 주민 ·공무원들이 현상금 3백만원까지 내거는 등 방화범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25일 기계면에 따르면 지가 ·현내 ·봉계리 일대에서 최근 모두 7건의 산불이 일어나 3.5㏊의 임야가 불탔다는 것이다.

가장 피해가 심한 곳은 지가리.인근 현내 ·봉계리를 제외하고 4건이 이 마을에서 일어난 산불이다.

기계면이 방화범의 소행으로 보는 것은 이 기간동안 포항의 다른 지역에선 실화사건 조차 없었고,비가 온 다음날에도 산불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또 오후 1 ∼ 2시와 6 ∼ 7시에 집중적으로 산불이 나 방화범이 주민들의 식사시간을 이용해 불을 지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8일 속칭 쇠정골에서 발생한 산불은 전날 비가와 땅이 젖어 있는데도 불길이 번져 헬기까지 동원됐다.다행히 2백여평의 임야만 태운 뒤 불길이 잡혔지만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이처럼 산불이 연쇄적으로 발생하자 지가리 주민들과 면사무소측이 나섰다.

마을 청년 8명이 4개의 순찰조를 짜 밤늦게까지 마을 인근과 야산을 훑고 있다.거동 수상자나 방화 혐의자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20여일째 비상근무에 지친 황관조 면장과 면사무소 직원들이 2백만원을 모아 현상금을 내걸었다.기계면 이장협의회도 1백만원을 보태 현상금은 3백만원으로 늘어났다.

기계면사무소 서규재 총무계장은 “범인만 잡는다면 혼자서 3백만원을 내놓고 싶은 심정”이라며 답답해 했다.

서계장은 “사회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나 정신 이상자의 소행으로 보인다”며 주민들의 신고를 당부했다.

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