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따져보기] 항공청 설립 허공에 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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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항공청 설립 문제요? 절차나 형식의 문제일 뿐 항공안전 강화에 대해 부처간이나, 여야 의원 사이에 이론의 여지가 없잖아요. 낙관합니다."

임인택(林寅澤)건교부장관은 지난 23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다음달 중 국회를 통과하면 6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점검 이전까지는 설립 작업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미 연방항공청(FAA)이 우리를 항공안전 2등급 국가로 지정한 뒤 한동안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던 항공청 설립 작업이 1등급으로 회복되자마자 삐걱대고 있다.

정치권과 행정자치부에서 '작은 정부'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건설교통부 산하에 항공본부를 설치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가운데 설립을 밀어붙여야 할 건교부 내부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건교부는 지난해 10월 항공청 신설 등을 포함한 '항공안전 1등급 회복 대책'을 발표했다. FAA에서 한국의 항공안전등급을 내리면서 "항공안전 문제를 독립조직이 아닌 건교부 항공국장이 맡고 있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항공청 신설 작업은 FAA가 한국의 항공안전 1등급 복귀를 선언한 지난해 12월 4일 전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당초 건교부는 차관급 청장이 지휘하는 9백명 규모의 항공청을 두는 방안을 마련했으나 행자부는 외청 대신 건교부장관 밑에 항공본부를 두는 방안을 제시해 갈등을 겪었다.

결국 당정회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1급 공무원이 항공청장을 맡도록 조정이 이뤄져 지난해 11월 2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한나라당측이 항공본부 설치안을 다시 제기함에 따라 개정안 심의가 보류되고 말았다. 한나라당 정문화(鄭文和)의원은 "정부 내 항공본부로도 독립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행자부는 물론 건교부의 일부 간부들까지 보조를 맞추면서 항공청 설립은 추진력을 잃고 있다. 한 건교부 관계자는 "항공청 신설이 사실상 물건너갔으며 지금이라도 항공청 대신 항공본부를 설립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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