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한나라 'DJ 비자금'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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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23일 'DJ 비자금' 문제로 논란을 벌였다. 지난해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한 대검 중수부가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씨에 대해선 계좌추적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 주변에선 "李씨가 한때 DJ 비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으므로 철저히 수사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도 "검찰이 몸조심 수사를 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런 시각을 강력히 부인했다. 청와대 오홍근(吳弘根)공보수석은 "대통령의 친인척이라고 해서 대통령과 관련지으려는 시도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吳수석은 "일부에서 李씨가 비자금을 관리한 것처럼 주장하고 기정사실화하려 하지만 터무니없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며 "1997년 10월 李씨 본인이 기자회견에서 밝혔고, 당시 검찰 수사에서도 밝혀졌듯이 金대통령의 비자금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98년 2월 당시 박순용(朴舜用) 대검 중수부장의 수사결과 발표를 인용하면서 "한나라당은 李씨가 金대통령의 비자금 1천49억원을 관리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그가 관리한 돈은 47억원이며 국민회의 자금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李씨에 대한 굴절된 수사는 그가 DJ 비자금 관리인이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권철현(權哲賢)기획위원장은 "李씨의 비자금 관리 사실은 DJ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라며 "지금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자신의 아들들을 포함, 모든 친인척 비리를 성역없이 수사하라고 지시하는 것이지 '비자금이 없다'고 주장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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