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도 국민참여 경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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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은 그동안 민주당의 '국민참여경선제' 때문에 고민이 컸다. 민주당이 정치개혁을 선도하는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제도가 많은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국민의 의사를 대선후보 선출에 적극 반영한다는 민주당의 홍보논리에 대해 설득력있는 반박은 못 됐다.

그래서 한나라당도 참신한 대선후보 선출방식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해 왔다.

한나라당의 '선택 2002 준비위원회'(선준위)에선 22일 '국민 직접참여 대통령후보 선출제'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민주당처럼 국민을 경선에 참여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당 대선후보 선출과정에 일정 비율 반영한다는 게 골자다.

박관용(朴寬用)선준위원장은 "민주당의 국민참여경선제는 돈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이 큰 만큼 그런 부작용을 피하면서 국민 의사를 반영하려면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와 대의원의 의사를 결합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방식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경선에 출마한 대선 예비후보자들의 지지도를 묻고, 그 결과를 대의원 투표방식으로 치러질 경선 결과와 합산한 다음 대선후보를 뽑자는 것이다. 여론조사의 반영비율을 50%로 할지, 그보다 낮출지는 더 논의해 보자는 게 朴위원장의 얘기다.

선준위원인 김문수(金文洙).이주영(李柱榮)의원 등은 "세부사항을 좀 보완하면 민의(民意)를 반영할 수 있으므로 도입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측도 "좋은 생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박근혜(朴槿惠)부총재 등 비주류측은 거부의사를 밝혔다. 朴부총재는 "투표에 참여할 의사도 없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선거인단을 10만명으로 하되 그중 일반국민을 5만명 정도로 하자"며 민주당안을 주장했다.

이부영(李富榮)부총재도 "대회장에 오는 유권자와 전화 응답자는 그 역동성이 다르다"며 "난센스"라고 말했다.

이같은 논란 끝에 선준위는 '국민이 경선에 직접 참여한다'는 원칙에는 합의했다.

그러나 구체적 방안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의 피곤한 줄다리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김성탁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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