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처조카 이형택씨 진도 보물발굴 사업 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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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G&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에게 보물사업을 소개해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李亨澤.사진)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진도 앞바다 보물 발굴 사업에 수익금의 15%를 갖는 조건으로 참여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형택씨는 이용호씨의 계열사인 삼애인더스가 사업에 뛰어들기 전 발굴을 추진했던 吳.崔.梁모씨 등과 각각 15%, 75%, 5%, 5%씩 수익금을 분배하기로 '매장물 발굴협정서'를 작성해 2000년 11월 2일 서울 시내 법률사무소에서 공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호 게이트'를 재수사 중인 차정일(車正一)특별검사팀은 21일 이같은 사실을 밝혀내고 이들에 대한 출국금지와 함께 이형택씨를 곧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이형택씨가 보물 발굴 사업과 관련, 군과 정부기관 등에 지원을 요청한 일부 단서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물 발굴 사업자 吳씨는 "당시 2천만원의 자금이 필요해 李전무에게 얘기했으며 李전무가 그 돈을 투자했다"고 이형택씨가 참여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를 이용호씨에게 소개해줬을 뿐 자신은 보물 발굴 사업에 관여한 일이 없다던 그간의 李씨의 주장은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특검팀은 발굴사업자 吳씨 지분의 상당 부분을 인수한 이용호씨가 보물 발굴 사업을 재료로 삼애인더스의 주가를 띄워 모두 2백56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린 점을 중시, 이형택씨가 삼애인더스 주식을 보유한 사실이 있는지도 캐고 있다.

李씨는 지난해 9월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崔씨가 자금이 떨어져 보물 발굴 사업을 하지 못한다고 해 동화은행 시절 부하 직원인 허옥석(수감 중)씨를 통해 알게 된 이용호씨를 崔씨와 吳씨에게 소개해줬다"며 "보물 발굴 사업과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이득을 취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었다.

한편 대검 중수부(부장 柳昌宗검사장)는 보물 발굴 사업과 관련한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해 李씨를 소환해 조사했으나 관련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채 무혐의 처리한 바 있다.

취재팀은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李씨 집으로 전화를 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 보물 발굴 사업=일제(日帝)가 함포 탄피 25개에 넣어 전남 진도의 죽도 앞바다 해저동굴에 매장했다는 각종 귀금속 발굴 사업. 李씨가 실소유주인 삼애인더스측은 지난해 물막이 공사를 한 뒤 발굴에 나섰으나 보물 확인에 실패했고, 현재는 매장물 발굴 승인 기간이 만료돼 발굴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김원배.성호준.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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