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이동국 MRI 찍어보니 괜찮더라 … 1주 뒤엔 100% 훈련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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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허정무호 황태자’로 불렸던 이근호마저 배제한 허 감독에게서 냉정함이 느껴졌다. 그는 “모든 것은 내가 짊어진다”며 “결과는 어느 누구도 모른다. 반드시 해내겠다는 생각, 해낼 수 있다는 각오뿐”이라고 말했다.

12년 만의 월드컵 출전을 예감했던 것일까.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이 발표되기 사흘 전인 지난달 29일(한국시간) 허벅지 부상에 따른 재활훈련을 하면서 도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았던 이동국의 모습.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연합뉴스]

-23명 엔트리 선정 원칙과 소감은.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그동안 계속 지켜보고 검토하고 의논했다. 오늘 마지막까지도 이런 점, 저런 점을 고려했다. 세 경기에 모든 힘을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과연 어떤 선수가 경기에 나갈 수 있고 도움이 될 것이냐, 나름대로 고심을 많이 했다. 함께 노력하고 땀흘렸던 선수들을 탈락시킬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월드컵에 놀러 가는 게 아니다. 최선의 결과를 위한 선택이었다.”

-허벅지를 다친 이동국을 발탁한 이유는.

“오늘 아침 병원에서 MRI(자기공명영상)를 촬영했는데 상처가 거의 아물었다. 일주일 후부터는 100% 팀 훈련이 가능하다는 메디컬 쪽의 소견이 나왔다. 현재로서는 그리스와 첫 경기에도 후반 교체 출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무리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조별 예선 2, 3차전을 뛰는 데는 문제가 없다.”

-이근호의 탈락이 다소 의외다.

“결국 공격수는 스스로 존재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이근호는 대표팀에서 골을 못 넣은 지 1년이 넘었다(정확히 15개월). 소속팀에서 부진하더라도 대표팀에서 제 모습을 보이면 발탁할 생각이었다. 지난해 11월 유럽 원정부터 꾸준히 기회를 줬지만 경기력을 올리지 못하고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함께 오래 해왔고 대표팀에 공헌도가 높았는데 안타깝다.”

-이근호보다 이승렬이 낫다고 판단한 이유는.

“포워드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 이동국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이라 그 점이 고민스러웠다. 이승렬과 이근호를 두고 비교했다. ‘지금 상승세를 타는 선수가 누구인가’ ‘지금 경기력이 좋은 선수가 누구인가’를 생각했다.”

-신형민과 구자철의 탈락 배경은.

“신형민은 벨라루스전에서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코칭스태프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본선 3경기에서도 여파가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구자철은 포지션이 중복된다고 생각했다. 마음 같아서는 함께 가고 싶지만,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김보경이 깜짝 발탁됐다.

“의외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보면 나이를 떠나 경기에서 큰 역할을 해준 선수다. 최근 한·일전도 그렇고 동아시아대회 한·일전도 그렇고, 경기에 나가면 결정을 지어주는 점에서 많은 점수를 땄다. 무언가 결정해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각오는.

“모든 것은 내가 짊어진다. 최선을 다하고 양심에 거리낌 없다면 만족할 것이다. 어느 누구도 결과는 모른다. 반드시 해내겠다는 생각, 해낼 수 있다는 각오뿐이다.”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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