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열풍' 힘입어 유기농산물 인기 치솟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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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채식 바람과 더불어 유기 농산물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일반 농산물보다 두배 가까이 비싼데도 소비자들이 몰린다. 친환경 농산물이란 점도 있지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유기 농산물이 얼마나 몸에 좋은 것인지 등을 짚어본다.

◇ 유기 농산물이란=3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땅에서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이다.

친환경 농산물엔 유기 농산물 외에 1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땅에서 재배한 전환 유기농산물, 화학비료는 뿌렸지만 농약은 쓰지 않은 무농약 농산물, 농약을 일반 농산물의 절반 이하로 사용한 저공해 농산물도 있다.

◇ 어떤 점이 좋은가=건강 측면에선 잔류 농약의 피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영양소의 분석에서도 유기 농산물이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7년 부산대 김치연구소의 연구 결과 유기농으로 재배한 배추는 섬유소와 비타민 C, 카로티노이드 등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두배 가량 많았다. 항(抗)산화작용을 지닌 색소 성분은 최저 두배에서 최고 12배까지 많았다.

농경이 시작된 이래 농약이나 화학비료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20세기 중반이전까지 수 만년동안 인체가 유기 농산물에 익숙하다는 점도 유기 농산물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간접적 이유다. 농약이나 화학비료 대신 퇴비 등을 사용하므로 토양의 산성화를 막는 등 환경 보호 효과도 있다.

◇ 유의 사항=유기 농산물이 몸에 좋으므로 난치병 치료를 위해 먹겠다는 등 과잉 기대는 곤란하다.

유기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에 비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심증은 있지만 확증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같은 유기 농산물이라도 분뇨를 이용한 퇴비보다 낙엽이나 톱밥.왕겨.부엽토를 거름으로 이용한 것이 좋다. 퇴비 속에 들어있는 질소 성분은 화학비료와 마찬가지로 과다 사용할 경우 농산물의 질산염 함량을 높여 건강에 해롭기 때문이다.

질산염이 체내에 다량 들어오면 드물기는 하지만 얼굴이 파래지는 청색증을 일으키거나 위장 속에서 위암의 원인이 되는 나이트로소아민으로 변할 수 있다. 잎사귀가 지나치게 큰 작물은 유기 농산물의 경우 퇴비가, 일반 농산물의 경우 화학비료가 과다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고르는 방법과 가격=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부여한 유기농산물 인증 마크(사진)로 확인할 수 있다.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 농산물은 잎이 작고 거칠 수 있다는 걸 고를 때 참고하자.

일반 배추가 한통에 1천3백원인데 비해 유기농 배추는 한통에 3천원이다. 양배추 등 종류에 따라 다섯배나 비싼 것도 있다.

가격이 부담스러울 때엔 화학비료는 쓰지만 농약은 쓰지 않는 무농약 농산물을 구입하는 것도 요령이다.무농약 농산물은 유기 농산물보다 20~30% 저렴하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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