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정책 오락가락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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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한나라당의 정책 선회(旋回)가 두드러지고 있다.

몇가지 대목은 특히 지난 17일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연두 기자회견에서 드러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특별검사제를 상설하자는 주장을 접은 것이다.

李총재는 "특검제를 상설화해 검찰에 옥상옥(屋上屋)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특검제 상설화를 주장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야당으로 아주 어려운 시점에 정권을 잡는다는 생각을 언감생심(焉敢生心) 하기도 어려웠던 때도 같은 주장을 해 왔다는 점을 상기해 달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펴낸 총선 공약집이나 같은 해 8월 김대중(金大中)정부 2년반을 평가하는 '총체적으로 실패한 정부'라는 책자에서 한나라당은 줄기차게 특별검사제를 상설화해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하겠다는 목소리를 냈었다.지난해 2월 집권 3년을 평가한 '무능한 정부,실망한 국민' 책자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다.

또 다른 대목은 대통령의 당적 이탈.李총재는 金대통령에게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며 당적(黨籍)을 떠나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러나 李총재는 연두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여당 간에 공조.협조의 관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당적까지 떠날 필요는 없다"고 잘랐다.

이재오(李在五)총무가 신임 검찰총장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하자고 주장하다가 이명재(李明載)총장이 임명된 뒤 "시기적으로 청문회를 하기 어렵다"고 거두어들인 것은 또 다른 예다.

이런 변화에 대해 민주당은 18일 "오락가락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명식(李明植)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의 표변(豹變)을 보면서 대다수 국민은 과연 한나라당이 책임 있는 공당인지 헷갈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한나라당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마치 자신들이 벌써 집권한 것인 양 착각하는 것 아니냐'는 시중 여론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당에 대해 무작정 공격하던 자세를 바꿔 집권 이후를 생각하며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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