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추모공원 3월말 착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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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시가 이르면 3월 말에 서초구 원지동 청계산 일대 5만평에 추모공원을 착공키로 최종 확정하고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절차에 들어가자 지역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고건(高建)시장은 17일 "서울시에서 사용하는 6만5천기 규모의 경기도 파주시 용미리 납골시설이 곧 포화상태가 되므로 더 이상 추모공원 건립을 늦출 여유가 없다"며 "다음달까지 법적 절차를 모두 마치고 3월 말, 늦어도 4월 초에는 첫 삽을 뜨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 3일부터 보름간 추모공원이 들어서는 원지동 일대의 그린벨트 해제를 위한 '도시계획 주민공람 공고'를 마쳤으며, 이달말께 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도시계획 변경신청'을 낼 계획이다.

시는 다음달 중 건설교통부 산하 중앙도시계획심의위에 최종안을 제출, 그린벨트 해제가 확정되면 곧바로 추모공원 공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시는 2004년 말까지 ▶화장로 20기▶납골당 5만기▶장례식장 12실 등을 지을 계획이다.

그러나 서초구 주민들은 이날 "시가 40만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추모공원 건립을 강행하고 있다"며 반대 성명서를 내고 시청을 항의 방문했다. 주민공람 기간에 5만여명에게서 받은 '추모공원 건립 반대 서명서'도 시에 제출했다.

'청계산 지키기 시민운동본부' 김덕배 사무처장은 "지난해 12월 13일 건교부가 시의 도시계획 입안 과정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들은 뒤 추모공원 위치와 규모, 주변 교통.환경, 인센티브 등을 결정토록 했는데도 시가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도시계획 변경을 위해 시가 실시한 주민공람 절차는 무효이므로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남호(趙南浩)서초구청장도 "추모공원의 위치와 규모는 해당 지자체와 협의해 최종 결정해야지 시가 일방적으로 몰아붙여서는 안된다"며 "화장장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조성되고 있어 시간을 두고 협의하면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주민 공람은 단체장의 고유권한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그동안 주민들과 충분히 협의했으나 반대가 수그러들지 않은 것 같아 대화의 문은 계속 열어 놓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원지동 추모공원 건립과는 별도로 자치구별로 소규모의 추모공원을 만들고, 주거지역의 종교시설에 짓는 납골당에 대해서는 건설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시정연구원의 '장묘시설 수급 방향'을 적극 검토 중이다. 현재 무료이거나 1만5천원에 불과한 화장 및 납골비용도 현실화할 계획이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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