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가 열릴 것인가.
D신용금고 회장 김영준씨를 15일 밤 체포한 차정일 특검팀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金씨가 그동안 잔뜩 제기된 G&G그룹 회장 이용호씨측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풀 핵심인물이기 때문이다. 그의 조사를 통해 과연 누구에게 어떤 로비를 어떻게 벌였는지 낱낱이 파헤치는 것이 특검팀의 최종 목표다.
김형윤 전 국정원 경제단장을 재소환한 것도 金씨 검거와 맞물려 본격적인 로비 수사가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金씨가 로비 대상자들을 적은, '김영준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의혹도 있어 경우에 따라 엄청난 파문을 불러올 수도 있다. 정.관계인사가 가입한 '김영준 펀드'의 존재여부도 주목 대상이다.
지난해 대검 수사 때 그가 종적을 감추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李게이트의 '후폭풍'이 불어닥칠 참이다.
◇ 1백54억원 어디에 썼나=D신용금고의 실질적인 대주주인 김영준씨는 이용호씨의 '돈줄'로 알려져 있다.
李씨의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에도 金씨가 李씨와 공모, 삼애인더스 해외 전환사채(CB)발행을 통해 1백54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고 적혀 있다.
특히 金씨는 자신이 소유한 금고를 통해 李씨의 재산을 불리는 역할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정.관계 유력인사를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유력인사들에게 李씨 회사의 CB와 주식 등에 투자할 것을 권유하고 시세차익을 나눠주는 식의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최소한 관련 분야의 정치인과 관료 중 일부가 개입했으리란 정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진도 보물 발굴사업=金씨와 李씨가 막대한 시세차익으로 정.관계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의 출발점은 삼애인더스의 보물 발굴사업이다.
G&G그룹 계열사인 삼애인더스가 10조원대의 보물 발굴사업을 한다는 사실을 재료로 주가를 띄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업에 김형윤 전단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국정원이 보물 발굴사업에 관심을 가졌었고, 金전단장이 국내 경제정보를 총괄하는 직책에 있었던 만큼 李씨가 보물 발굴사업으로 주가조작을 하는데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 정.관계로 확대되나=보물 발굴사업을 李씨에게 소개해 준 사람이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李亨澤)예금보험공사 전무라는 사실도 李게이트와 정.관계의 연결 가능성을 짙게 한다.
李전무가 정.관계에 꽤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보이는 만큼 뭔가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특검팀은 보고 있다.
특검팀은 李전무에 대해 이미 두차례의 압수수색과 강도 높은 계좌추적을 벌였으며 조만간 李전무를 소환할 방침이다.
지난해 대검은 金전단장과 李전무 모두 범죄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李전무가 소환되고 김영준씨 조사가 성과를 낼 경우 특검 수사는 정.관계를 향할 수밖에 없다.
김승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