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여야 입장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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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임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는 가능한가. 장기적으로 검찰총장을 청문회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데는 여야간 이견이 없다. 또 각종 벤처 비리 수사와 관련, 검찰이 궁지에 몰리는 시기여서 "검찰총장을 인사청문회에 세우자"는 주장이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아무리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법을 서둘러 개정한다 해도 새 검찰총장에게 적용하려면 소급 적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간단히 넘길 사안이 아니다.

지금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당직자와 율사 출신 의원들을 동원해 논리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총무는 "신승남 총장 불명예 퇴진의 근본 원인은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검찰총장이라는 중책에 임명했다는 점"이라며 "따라서 임명되기 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출석해 사전 검증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연희(崔鉛熙)제1정조위원장은 "국회의 사전 검증을 받으면 이후 여야 모두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으므로 검찰 입장에서도 훨씬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법 개정만으로는 위헌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회법 제46조 3항에 '국회는 헌법에 의하여 그 임명에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대법원장 등의 임명동의안을 심사하기 위해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둔다'고 명시돼 있어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는 명백히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박상천(朴相千)고문은 "검찰총장 등 행정부 공무원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며, 삼권분립의 원칙상 입법부에서 간섭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위헌인 줄 알면서도 명분만 내세우며 청문회를 강행하려는 것은 법치국가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소급 입법 논란도 만만찮다. 한나라당은 "며칠간 대검차장이 총장직을 대행하도록 하면 법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명백한 소급 입법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검찰총장의 인사청문회를 당장 실시하기에는 무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계속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정치 공세의 측면과 함께 부수 효과를 얻고자 함이다.

민주당 김중권(金重權)고문이 15일 "여야 합의 아래 국회 법사위에서 운영의 묘를 살리면 법 개정 이전에라도 제한적인 인사청문회가 가능할 것"이라고 중재안을 내놓은 것이 그 절충점일 수 있다.

박신홍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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