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수출회사 직원' WTO 위반 판정…EU, 보복조치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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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세계무역기구(WTO)항소패널은 14일 유럽연합(EU)의 주장을 받아들여 미국의 '역외 소득세 감면법(ETI)'이 WTO 규정에 위배된다는 최종 판정을 내렸다.

이 판정에 따라 EU는 앞으로 미국의 수출품에 대해 연간 최대 40억달러의 보복 관세를 매길 수 있게 됐다.

철강 수입관세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EU의 관계는 이번 일로 더욱 불편해질 것으로 보인다.

ETI는 미국 기업이 해외 조세피난처에 지사나 계열사를 세우고,이를 통해 상품을 수출하면 이에 대한 소득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마이크로소프트(MS).보잉 등 수많은 기업들이 이 제도를 활용해 세금을 아끼고 있다.

과거 미국은 해외판매기업법(FSC)을 시행해 왔으나 EU 등의 반발이 거세자 ETI로 대체했었다.

EU는 미국 정부가 세금을 덜 받는 만큼 수출보조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고, 새 법도 이전 것과 별로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미국측은 나라 밖에서 일어난 상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면 이중과세라는 주장을 펴왔다.

이번 WTO 판정에 대해 로버트 졸릭 미 무역대표부(USTR)대표는 "실망스럽지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EU와 협력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문제가 된 법을 개정할지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반발을 감안할 때 미국 정부가 ETI를 완전히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EU는 오는 3월 말까지 WTO의 중재보고서가 나오길 기다렸다가 구체적인 보복조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WTO의 중재에 따라 보복관세 규모는 40억달러보다 줄어들 수 있다.

이와 관련, EU가 다른 부분에 대해 미국측의 양보를 얻어내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보복관세를 없는 것으로 하는 대신 미국이 EU의 수출품에 대해 관세를 깎아주는 방안이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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