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D추진위해 북한 미사일 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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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북한과 이란 등 이른바 '불량국가'들의 미사일 위협론이 증폭된 것은 미사일방어(MD) 추진을 둘러싼 국내정치 파워게임 산물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14일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의 정보가 정치논리에 따라 왜곡됐으며 이란의 미사일 위협을 강조한 이스라엘의 적극적인 외교공세와 미 정계에 대한 로비가 크게 작용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하면 2010년 이전에 미국을 위협하는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갖출 수 있는 나라는 없다는 것이 98년까지 미국 정보당국과 정.관계의 공통된 판단이었다. 하지만 MD 추진 명분이 필요했던 공화당은 의회에서의 수적 우위를 활용해 1년여 만에 이같은 판단을 정반대로 뒤집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럼즈펠드 현 국방장관이 이끄는 소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가 결정적 작용을 했다. 공화당 주도로 작성된 럼즈펠드 보고서는 종래의 CIA 판단을 뒤집고 "앞으로 5년 이내에 불량국가들이 미 본토를 향한 탄도미사일 기술을 개발할 수 있으며 더욱이 미국은 상당기간 개발과정을 감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개발 능력을 갖고 있다"는 북한 미사일 위협론을 강조하기 위해 그 전까지 통용되던 ICBM의 정의를 대폭 수정, 소형 로켓에까지 그 범위를 확대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했다.

럼즈펠드 보고서는 지난해 출범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국방.외교정책의 중요한 근거가 됐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결론은 주로 보잉사.록히드 마틴 등 군수업체의 판단을 근거로 한 것이어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책 보고서가 정치적.산업적 논리에 의해 정보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핵 비확산 프로그램 책임자인 조셉 시린시오네는 "CIA의 98년 이전 정보분석은 지나고 나서 보니 꽤 훌륭했던 것"이라며 "정보 분석가들은 자기들이 주고 싶은 정보만 의회에 제공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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