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라크건 담당 판사 "대통령 비리 수사 힘드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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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포함한 프랑스 정계 고위층의 권력형 비리 사건을 수사해 온 예심 판사가 권력층의 조직적인 수사 방해를 이유로 휴직을 선언했다.

고위층의 부정부패 사건을 전담해 온 에릭 알팡(사진)판사는 14일자 일간 르 파리지앵과의 회견에서 "지난 7년간 파리시 공영주택과 관련한 뇌물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도청.미행.촬영 등 끊임없는 방해와 위협을 받아왔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또 "사건 조사 도중 중대 고비 때마다 외부의 심한 방해를 받아왔다"면서 프랑스 정치인이 연루된 사건을 이탈리아의 마피아 관련 사건에 비유했다. 알팡 판사는 "이제 프랑스에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휴직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알팡 판사는 파리시 공영주택 사건을 조사하면서 오랫동안 파리시장을 지냈던 시라크 대통령과 장 티베리 전 시장, 제1야당인 공화국연합(RPR) 관계자 등을 부패 혐의로 줄줄이 소환했다.

그러나 시라크 대통령은 알팡 판사의 소환 명령에 불응했다. 지난해 프랑스 대법원은 현직 대통령에 대해 소환조사 면책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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