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보건소 의사 태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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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의사가 부족해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으니 양해바랍니다."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서대문구보건소. 건물 내부에 '진료 불능'을 알리는 안내문이 어지럽게 붙어 있다. 지난해 매일 2백여명이 이용하던 내과는 하루 1백20명까지만 접수를 받아 오전 7시부터 번호표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몰려든다.

의약분업으로 병.의원의 수입이 늘면서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보수가 높은 종합병원 취업이나 개업으로 발길을 돌려 서민들이 즐겨 찾는 보건소가 의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 보건소 25곳 가운데 결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곳은 12곳.

특히 노원.광진.도봉구 등 서민들이 많이 사는 강북지역에 정원 미달의 보건소가 몰려 있어 주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인구 52만명의 강서구는 보건소 의사 정원이 불과 8명. 그나마 내과전문의와 한의사 등 2명이 개업 등을 이유로 지난해 12월과 이달 각각 사표를 냈다.

37만명이 살고 있는 서대문구의 경우 정원은 5명이지만 현재 3명만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의사들이 보건소 근무를 기피하는 것은 의약분업에 따른 의료수가 조정으로 병.의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수입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

보건소의 경우 수당을 포함한 연봉이 일반의는 3천만~4천5백만원, 전문의는 4천5백만~6천만원선. 이는 지난해 말 7~13% 인상된 액수다. 그러나 민간병원에선 일반의의 실수령 연봉이 보통 6천만원에 이르는 데다 개업할 경우 매달 수천만원을 벌어들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서울 시내의 한 보건소를 그만두고 개업을 준비 중인 의사 A씨(37)는 "수입이 개업을 한 동료의 절반도 안돼 상대적 박탈감을 이기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의료비가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진료비가 저렴한 보건소를 찾는 환자들이 늘어 일이 힘들어진 것도 원인 중 하나. 이같은 의사들의 보건소 근무기피로 피해를 보는 것은 보건소를 이용하는 시민들.

김남홍(金南鴻.55.서울 은평구 응암동)씨는 "의약분업 전에는 3천원이면 되던 일반병원 진료비가 7천~8천원으로 올라 보건소를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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