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이창호-창하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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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1승 1패, 승부는 최종전으로

총 보 (1~200)=흑의 창하오9단은 포석에서 성공해 판을 우세하게 이끌었다.

76의 시점에선 두텁고 실리도 좋은 이상적인 형국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창하오9단은 여기서부터 거의 일직선으로 추락하고 만다. 그 원인이 된 수는 좌상귀에 갖다 붙인 흑77. 창하오9단도 좋은 수라 믿었고 해설진들도 처음엔 묘수라고 감탄했던 수였다.

'참고도1'을 보자. 77부터 80까지의 실전을 옮긴 것인데 흑1로 붙인 수가 바로 77이다. 백이 2로 막아 두고 4로 뛰어버리자 비로소 흑1이 대악수임이 드러났다.

이번엔 '참고도2'를 보자. 흑은 귀쪽에 대해 좀더 멋지게 선수하는 수순도 있지만 간단하게 둔다면 흑1은 확실한 선수다. 그 다음 3에 막았더라면 이것만 해도 실전과는 엄청난 차이였다.

자기 꾀에 빠진 것을 통감한 창하오9단은 이후 크게 흔들려 85,87이란 자충수를 두며 무너지고 만다.

옛 사람들이 암시했던 대로 묘수란 괴로울 때 어쩌다 쓰는 것이지 좋은 시절에 쓸 건 아니다.

이래서 이창호 대 창하오의 준결승전은 서로 실수로 한판씩 주고받아 1승1패. 최종전은 이틀 후에 열렸다(101.107.115.121.127.133.139=81,104.110.118.124.130.136.156=98, 108=97,158=128,178=162,180=73). 백 불계승.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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