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5일 연속 순매도…단기성 자금 빠져나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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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최근 외국인들이 주식을 많이 내다 팔고 있다.

지난 8일 이후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5일(거래일 기준)연속 순매도했다. 이들이 5일 연속 순매도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달 초만 해도 하루에 1천억~2천억원씩 순매수했었다.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선 것은 단기간에 주가가 많이 오름에 따라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미국 주가가 조정을 보이고 있는 점도 이들의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외국인이 순매수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외국인 순매수세 약화 요인=외국인은 지난해 9월 이후 종합주가지수 640~680대에서 1조2천5백1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14일 종합주가지수가 744.03을 기록했으니 집중 매수대에 비해 주가가 80~100포인트 가량 오른 셈이다. 메릴린치 증권 이원기 상무는 "이 정도의 상승폭이라면 외국의 단기성 자금들은 이익을 챙기기 위해 보유 주식을 처분할 만하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9월의 연중최저치(468.76)에 비해 주가지수가 59%가량 올랐기 때문에 한국 주식이 더이상 싸게 인식되지 않고 있는 점도 외국인 매수세를 위축시킨 요인이다.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은행주를 중심으로 일부 업종의 주가는 이미 적정치를 넘고 있다"며 "주가가 한 단계 더 오르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기업실적 호전 등의 새로운 상승요인이 나타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정태욱 이사는 "9.11테러사태 이후 주요 정보기술(IT)주는 두배로 올랐다"며 "이로 인해 외국인은 추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있다"고 전했다. 정 이사는 "기업실적 회복세가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2분기께 외국인의 매수세가 다시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 낙관하는 외국계 증권사=모건스탠리는 14일 발표한 한국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올해 종합주가지수는 900선을, 내년도에는 1,200선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메릴린치도 "늦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종합주가지수가 1,000선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한국 기업들의 기초체력(펀드멘털)이 많이 강해진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수준의 기업 등장으로 한국의 이미지가 크게 개선되고 있는 점도 호재다.

메릴린치 이 상무는 "그동안 신흥시장 펀드 등이 주로 한국에 투자했지만, 앞으로는 선진국 시장을 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펀드가 삼성전자.국민은행 등을 중심으로 매수규모를 늘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상무는 또 올해 외국인 순매수 규모를 3조~4조원선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7조5천억원이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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