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특별구] '대치동 증후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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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학부모들의 '강남행(行)열풍'은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내용적으로는 많은 변화를 보인다.

'8학군병'으로 불렸던 1980~90년대의 강남행은 좋은 학교를 따라가는 '공교육' 측면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의 강남행은 보다 나은 '사교육' 환경에서 자녀를 가르치려는 '대치동 증후군'으로 구분된다.

8학군병은 경기.서울.휘문.경기여.숙명여고 등 강북의 중심지역에 있던 명문고들이 70년대 후반부터 강남지역으로 옮기면서 도지기 시작했다.8학군 내 명문고에 진학해야 명문대 진학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강남행에 합류했다.

그러다 보니 고교 추첨배정 때마다 정원에 비해 학생이 넘쳐 강남 거주기간이 짧은 순서대로 강북 고교로 강제 배정하는 '거주기간 적용제도'가 도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97학년도부터 대입에서 내신성적 반영비율이 늘어나자 8학군 인기가 떨어지고 강남 이주 현상도 주춤해 8학군병이 잠시 잦아들었다.

하지만 몇년도 되지 않아 강남행 열풍이 재연됐다. 대치동을 중심으로 강남지역에 유명학원이 집중되면서 이사를 오거나 학원을 찾는 '대치동 증후군'이 생겨났다.

이 지역 학원가엔 없는 게 없다. 수강생이 5천명을 넘어서는 대형학원은 물론이고 학생수준을 고려한 맞춤식 전문학원, 과학실험학원, 초등학생 철학학원, 유명 어학원,특목고 진학지도학원, 해외 귀국자 자녀 진학지도학원 등….'대치동 증후군'은 오늘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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