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세대교체보다 시대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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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들의 '세대교체론' 공세에 대응할 카드를 놓고 고심 중이다. 민주당이 최근 李총재의 나이(67세)를 겨냥, "70대의 경직된 리더십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높으며, 국민은 젊은 지도자에 의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데 대해 효과적으로 반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양휘부(梁輝夫)총재특보는 11일 "오는 17일로 예정된 연두 기자회견 때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거론되는 게 "20세기식 구태와 부패정치를 바꾸자"는 '시대교체론'이다.

李총재는 "세대교체론에 담긴 진정한 국민의 뜻은 생리적 나이에 의한 교체라기보다 구시대의 정치문화와 의식을 바꾸는 정치적 교체"라며 "구태의연한 20세기 시대에서 벗어나는 시대의 교체가 더 큰 바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연속해서 터지는 게이트로 현 정권이 부패정권임이 명백해진 만큼 시대교체라는 말이 설득력 있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젊은 차기 주자들을 구태정치의 수혜자로 규정해 교체대상으로 묶어버리겠다는 뜻이다.

李총재는 "아무리 나이가 젊더라도, 생각하고 행하는 행태가 구태정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국민이 바라는 국가지도자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시대교체론이란 용어가 쉽게 와닿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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