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있는 토크쇼] 팬터지 소설 '아스가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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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아스가르드』(들녘)라는 팬터지 소설 하나가 세상에 나왔다.마술과 신탁(神託)이 등장하고 주인공은 언제나 살아남는 팬터지의 문법을

따르면서도 지금 시대 청소년의 고민을 담아보려는 의욕이 묻어난다.그러나 『아스가르드』가 주목받아야할 이유는 이것 말고 더 있다.

북구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땅'을 뜻하는 '아스가르드'는 책에만 한정 지어진 이름이 아니다. 애초부터 게임.만화로 함께 기획됐으며 문화평론가 김지룡씨가 구축한 창작 집단 '놀다'의 첫번째 작품이다.

게다가 원작이 뜨면 영화로, 게임으로 옷만 바꿔 입히는 원소스 멀티유스보다 한발 더 나가보자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기획단계부터 각 미디어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따로따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미디어 믹스(media mix) 전략이다. 게임개발사 넥슨은 '아스가르드' 게임의 베타테스트(시험판)서비스를 하고 있다.

소설 『아스가르드』의 작가 김동욱씨와 게임.게이머의 문화적 코드를 읽어낸 바 있는 『게임, 세계를 혁명하는 힘』(씨엔씨미디어)의 저자 박상우씨를 만나 기획 상품으로서 '아스가르드'의 가능성을 짚어봤다.

▶사회='놀다'같은 창작 집단이 생겨 다양한 형태의 문화상품을 생산해 낸다는 것은 콘텐츠 부족을 스스로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기고 있는 문화판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바다. 그러나 여지껏의 형태와는 틀릴 것이다. 소설 『해리포터』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똑같은 이야기를 영화로 보는데 싫증을 느끼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콘텐츠를 만들어내되 매체마다 교집합이 너무 크면 식상해지므로 이런 점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박상우=일본처럼 콘텐츠 생산 집단을 시스템으로 만든다는 건 정말 가치있는 일이다.'놀다'의 문제의식이 훌륭하지만 실현되기 부족한 면도 있다.

일단 게임 '아스가르드'는 비슷한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는 경쟁 제품에 조금 밀릴 수 있다. 소설을 읽고 게임을 해 봤을 때 둘 사이에 연결고리가 좀더 분명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동욱=소설을 단순히 게임으로 옮긴게 아니어서 그럴 것이다. 게임은 지금 나온 소설 1부의 배경과 다르다. 우리는 '아스가르드'가 널리 알려지기 전까지는 소설 독자, 게임 사용자가 따로 간다고 생각한다. 소설에는 소설에 맞는 스토리 구조가 있고, 게임은 게임대로 적합한 형태가 있다. 그 특성을 살리자는 게 의도였다.

▶사회=따로 간다면 복합 문화상품으로 얻는 이득이 뭔가.

▶김동욱=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같은 아이템을 다룬 책이 있다는데 한번 읽고 싶다거나, 소설 독자라면 책 속의 인물이 뛰어 다니는 게임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는 갖도록 서로에 대한 '미끼'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아스가르드는 한개의 브랜드다. 브랜드 이미지를 살리기는 하되 어떤 매체에서 어떻게 구현하는가는 또다른 문제다.

▶사회=팬터지 소설 분야로 국한시켜 『아스가르드』의 완성도를 평가해 보자.

▶박상우=우리나라는 솔직히 게임은 물론 장르 문학 시장 어느 쪽도 안정되지 않았다. 팬터지 소설은 내용이 선정적으로 흐르거나 무협지에서 빌려온 과장까지 보태 스스로를 고갈시키고 있다.

그런데 『아스가르드』는 다른 팬터지와는 정반대로 접근하고 있다. 따뜻한 에피소드로 짜여 재미있고 신선하지만 자극에 둔감해진 독자들을 얼마나 끌 수 있을지.

▶김동욱=잔혹하고 선정성만 강조되는 현상 때문에 장르 문학 독자들은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는 팬터지 원형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볼 생각이다.

▶사회=어떤 식으로 시도했다는 이야기인가.

▶김동욱=『아스가르드』의 성 묘사는 소년과 소녀의 키스가 전부다. 결투 장면도 피가 튀거나 하지 않는다. 우리는 주 독자층을 초등학교 4~6학년의 '로틴(10대 후반을 하이틴이라 부르듯 10대 초반을 일컫는다) '으로 삼고 있다.

▶박상우=10대 초반이라면 타깃을 제대로 잡았다고 본다. 잠재적으로 이 시장이 얼마나 큰지는 『해리포터』『반지의 제왕』이 확인을 해줬다. 책도 많이 팔렸지만 패키지 게임의 경우 보통 만장 넘게 팔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해리포터'게임은 이미 13~14만장이 나갔다고 한다.

▶사회=고무적이긴 하지만 '아스가르드'로서는 이미 외국의 성공한 작품으로 눈높이가 높아져버린 소비자를 그만큼 만족시키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까.

▶김동욱=처음부터 외국 성공작과 맞붙어야 한다는 게 상당히 부담이 되기는 한다. 그러나 우리는 캐릭터를 통해 지금 청소년들의 생각을 표현해 보려고 했다. 함께 책을 쓴 한이씨와 나는 누구보다 격한 사춘기를 보냈다.

소설의 무대는 이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세계지만 그 속의 주인공들은 '사랑이 뭘까''내 꿈은 뭘까'로 고민하는 16세 소년.소녀다.

▶사회=꿈을 갖고 싶다는 오쿠보란 캐릭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김동욱=1부 제목이 '영혼의 고리'인 것도 요즘 초등학생들에게까지 퍼졌다는 커플링 문화를 반영한 결과다. 이런 장치들이 요소에 배치돼 충분한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아스가르드'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키워나갈 생각인가.

▶김동욱=만화로도 연재하려 한다. 일본 진출까지 고려해 만화로 만들 때 그림 한장한장을 모두 디지털화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책의 좌우가 바뀌어 버리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음반도 기획하고 있다.

사회.정리=홍수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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