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 안전문제 무시하고 시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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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만 원유 유출 피해 지역인 루이지애나주 포트 포천 지역을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포트 포천 AP=연합뉴스]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를 일으킨 영국의 석유회사 BP가 석유 시추시설에 심각한 안전상의 문제가 있음을 알고도 시추작업을 강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욕 타임스(NYT)는 30일 “BP가 석유 시추시설인 ‘딥 워터 호라이즌’의 폭발 방지 장치와 굴착 과정에서 물 유입을 막기 위한 강철관인 케이싱의 결함을 무시했다”며 “이 같은 사실은 BP의 내부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BP는 지난해부터 문제의 장치들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BP의 선임 엔지니어인 마크 헤풀은 ‘이런 문제들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헤풀은 28일 사고 진상조사위원에 출석해 “안전상의 문제가 있으리라 예상 못 했다”고 답변했다.

한편 미국 멕시코만 원유 유출을 막기 위해 최선책으로 제시된 ‘톱킬(top kill)’ 시도가 29일(현지시간) 실패함에 따라 지난달 20일 시작된 원유 유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톱킬 방식은 유정(油井) 입구에 설치된 분출방지장치(BOP)에 점토액을 밀어 넣어 송유관을 봉쇄하는 방법이다. 그동안 원유 유출을 차단할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여겨졌다.

톱킬 실패에 따라 대안으로 소형 잠수정을 해저에 내려 보내는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성공 가능성을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가 100일 이상 지속될지 모른다는 비관적 시나리오마저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이번 사태로 대량의 원유가 멕시코만 일대를 오염시킬 전망이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하루 1만2000~1만9000배럴의 기름이 바다로 흘러드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일부터 40일간 유출된 기름은 48만~76만 배럴에 달한다.

한편 원유 유출 차단 실패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후폭풍을 맞았다. 초기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거세져 멕시코만 원유 유출은 ‘오바마의 카트리나’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미 언론에선 11월 중간선거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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