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우리 사회 꺼지지 않는 문학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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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해 말 시작한 월간 『현대문학』 살리기 운동이 문단 안팎의 열렬한 성원을 받고 있다. 이 운동은 독자가 줄어 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이 문예지를 돕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우선 문단 내부의 반응이 뜨겁다.이 잡지에 원고를 쓴 일부 문인들이 원고료를 안 받겠다거나 원고료를 정기구독료로 내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또 책을 무료로 기증받던 『현대문학』 편집위원들도 유료 독자로 등록하고 책을 사보기 시작했다. 여러 문인들이 격려 전화를 걸어 이 문예지의 앞날을 걱정해 줬다.

현대문학 편집부측은 "문인들 형편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데 이렇게 도와주니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더 반가운 것은 과거의 문학청년이었을 일반 독자들의 호응이다. 친구들에게 선물로 1년 정기구독을 시켜주겠다며 지로 용지 10여장을 받아간 사람도 있었고, 어느 회사의 한 부서에서는 부서원 10여 명이 뜻을 모아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기업광고도 두세 건이 들어왔다.

여러 문인이 대중매체에 글을 기고해 문단의 공적 재산인 이 문예지를 살리자고 호소하고 있다. 시인 김정환씨는 "『현대문학』이 매년 만드는 문단인 주소록에 실린 문인만 2천명이 넘는다. 주소록에 이름만 올리지 말고 다같이 정기구독을 신청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일련의 지원이 경영난에 빠진 『현대문학』에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반가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해갈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도움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모두 알고 있다. 이번 살리기 운동의 성과는 사실 경제적 지원 그 자체보다 후원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확인한 데 있다. 이들의 사랑이 『현대문학』 편집진에게는 주마가편이 돼 더 좋은 문예지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로 작용할 것이다.

『현대문학』 윤희영 팀장은 "여러분이 도와주시니까 오히려 어깨가 더 무거워졌어요. 책을 제대로 못 만들면 얼마나 혼이 날까 생각하며 더욱 분발하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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