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칠 전 한국전기초자 사장, 동원그룹 계열사로 옮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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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구조조정의 명수' 서두칠(63)전 한국전기초자 사장이 동원그룹 계열 이스텔시스템즈 사장으로 간다.

지난해 7월 일본계 대주주와 갈등을 빚자 자신이 정상화시킨 한국전기초자를 떠났던 徐사장은 그의 명성 때문에 거취가 항상 재계의 관심이 돼왔다.

무선 및 광통신 장비 제조업체인 이스텔시스템즈(옛 성미전자)는 2000년 매출액이 3천5백여억원, 경상이익이 2백억원대였으나 지난해에는 경기 위축으로 매출액이 감소하고 적자에 빠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徐사장의 취임 소식에 이스텔시스템즈의 주가는 8,9일 이틀 동안 27.1%나 올랐다. 정식 취임(17일)을 앞두고 경북 구미에 있는 개인 서재를 정리하러 간다는 徐사장을 휴대전화로 인터뷰했다.

-이스텔시스템즈를 선택한 이유는.

"전문경영인의 독자성과 역할을 존중해주는 선진적 의식을 지닌 기업주를 만나고 싶었다. 동원의 김재철 회장이 그런 면에서 적임이라고 생각했다."

-영입 제의는 어떻게 받았나.

"지난 가을 동원증권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때 金회장을 처음 만났다. 金회장은 강의 내용을 받아적고 내가 쓴 책(『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에 관심을 보였다. 그 뒤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학장을 통해 제의를 해와 고민 끝에 수락했다."

-회사 운영 계획은.

"국내 시장의 한계를 수출로 극복할 생각이다. 원가를 줄여 가격경쟁력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상품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 한국전기초자 때처럼 기업정보를 공유해 직원들의 협력과 자발성을 끌어내겠다."

-한국전기초자 때처럼 오너와 갈등을 빚는다면.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金회장은 전문경영인을 존중하고 이해해주는 분이라고 믿고 있다."

-대우자동차를 비롯해 몇몇 기업체에서 제의가 왔다던데.

"O사.H사 등에서 오라고 제의한 것은 사실이다. 대우자동차는 사석에서 만난 기업인들이 '그리로 가면 할 일이 많을텐데'하는 정도였지 정식으로 제의받은 적은 없다."

전기초자를 떠난 뒤 1백차례가 넘는 강연을 했다는 徐사장은 "이젠 강연을 자주 할 수 없게 돼 아쉽다"면서도 "올 봄학기에 맡게 된 서울대 경영대학원 강의는 예정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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