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과속’으로 먹다간 두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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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호 15면

그룹 엠블랙(MBLAQ)의 멤버 이준이 예능프로그램 녹화 도중 두통으로 바닥에 드러누웠다고 한다. 이준은 제한된 시간 안에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는 미션을 수행하던 중 벌칙을 피하려고 급하게 먹다가 “차가워서 머리가 깨질 것 같아”는 말과 함께 머리를 움켜쥐며 바닥에 누워 버렸다는 것이다. 이 사고로 녹화가 잠시 중단됐다고 한다. 이준이 겪은 두통은 소위 ‘아이스크림 두통’이란 것이다.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두통을 유발하는 원인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아이스크림이다. 전 인구의 3명 중 1명은 ‘아이스크림 두통’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흔하다고 하면 의아해하는 독자도 많겠지만,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서 머리가 얼어버리는 것 같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 ‘아이스크림 두통’에 해당된다. 평소에 두통이 없던 사람도 ‘아이스크림 두통’을 겪을 수 있다. 학생의 경우는 대개 여학생보다 남학생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아마도 여학생들은 아이스크림을 살살 녹여 먹지만 남학생들은 흔히 덩어리째 삼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갑자기 찬 아이스크림을 덩어리째 삼키면 수초 안에 두통이 발생하게 된다. 이 두통은 약 30초 뒤에 가장 심해지지만 몇 분 안에 완전히 회복되는 것이 보통이다. 아이스크림에 의한 두통은 주로 앞머리 중앙이나 옆머리(관자놀이) 혹은 눈 뒤쪽에서 통증이 발생한다. 어떤 사람은 치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어떤 이유로 이런 두통이 발생할까. 아이스크림을 큰 덩어리로 삼키면 주로 입천장 뒤쪽 부위에 통증을 유발하고 그 통증이 머리로 전달되게 된다. 통증이 유발되는 이유는 찬 음식을 접촉하면 혈관이 급격히 수축했다가 곧이어 급격하게 확장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이스크림 두통’은 한여름에 주로 발생하고 겨울에는 드물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급격한 온도 저하로 혈관의 수축과 확장이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으로 보인다. 평소에 편두통이 있는 사람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편두통이 더 잘 유발될 수 있다.

사실 두통을 유발하는 요인은 아이스크림뿐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것이 다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초콜릿·치즈·절인 고기·스트레스·월경·흡연·음주·햇빛·수면부족 등은 모두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기침에 의해 두통이 유발되고 어떤 사람은 부부관계를 하면 두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추위에 노출되면 두통이 잘 유발된다. 찬바람을 맞으면 두통을 겪는 사람이 있고 찬물에서 수영하면 두통을 겪기도 한다. 정수리 부위에 찬 물질을 대면 두통이 유발된다고 한다. 반대로 너무 더워도 두통이 유발되기도 하며 과격한 운동 후에 혹은 심하게 노래를 부른 후에도 두통이 올 수 있다.

한 가지 유의할 것은 만약 깨질 듯한 두통이 있으면서 의식을 잃었다면 단순한 두통이 아닌 ‘지주막하출혈’ 같은 심각한 질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경우 즉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심한 ‘아이스크림 두통’이 생겼던 사람은 아이스크림을 더 이상 먹지 못할까? ‘아이스크림 두통’은 입천장 뒷부분에 한꺼번에 많은 양의 찬 음식이 닿아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아이스크림이 입천장 뒷부분에 닿지 않게 조심하면서 조금씩 녹여 먹는다면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아이스크림 두통’이 있었다고 해서 아이스크림을 멀리 할 필요는 없다.

“이준씨! 다음에 또 아이스크림을 빨리 먹어야 될 경우에는 아이스크림을 치아로 씹어서 작은 덩어리들로 넘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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