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거북이 골퍼 가르시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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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왜글-스퀴즈-스퀴즈-스퀴즈-왜글'.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개막전인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세르히오 가르시아(21.스페인.사진)의 늑장 플레이가 미국 언론의 표적이 되고 있다.

AP통신은 8일 "가르시아가 샷을 할 때마다 왜글(Waggle)을 하다가 그립을 다시 쥐고, 또 폈다가 왜글을 하는 등 너무 많은 시간을 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왜글은 샷을 하기 직전 어드레스 자세에서 클럽을 좌우로 흔들거나 두발을 움직여 긴장을 풀어주는 동작.

골프 교습가인 필 리츤은 평소 "왜글을 하면 몸에 힘이 빠지고 부드러운 스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샷이 가능하다"며 제자들에게 왜글을 권하고 있다.

AP에 따르면 가르시아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게는 24번이나 왜글을 해 상대선수들의 경기리듬에 지장을 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몬트리올에서 열렸던 벨 캐나디안오픈에서는 가르시아가 왜글을 너무 심하게 하자 갤러리가 "하나,둘,셋"하며 14번까지 따라 세기도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가르시아는 그러나 "나만의 독특한 버릇일 뿐"이라면서 다른 선수들에게 지장을 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내 스윙이 끝날 때까지 고개를 돌리고 있다가 볼을 때리는 소리가 나면 그때 돌아보면 된다"며 천연스레 말했다.

골퍼들은 저마다 개성있는 몸짓을 한다. 아널드 파머는 바지를 치켜올리는 버릇이 있고, 잭 니클로스는 허리를 잔뜩 구부려 퍼팅 라인을 읽는다. 닉 팔도는 경기를 하면서 끊임없이 중얼거려 '백상어' 그레그 노먼을 열받게 하기도 했으며 노먼도 또한 가르시아처럼 심한 왜글을 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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