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제왕에서 CEO로] CEO관점서 본 역대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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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차기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경제.경영 마인드를 갖춰야 하는 환경에 직면해 있다.나라 경영의 우선 순위가 국방 안보.민주화에서 경제 영역으로 변화했고,유권자들도 그런 쪽에 표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윤은기(尹恩基)박사 등 경영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이승만(李承晩)대통령에서부터 김대중 대통령까지 전.현직 대통령들은 CEO형이라기보다 제왕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들에게 CEO적 요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철권 독재자였던 박정희(朴正熙)전 대통령의 경우 '목표 관리'와 '속도 경영'에는 능했던 것으로 꼽혔다.

1964년 처음으로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뒤 70년대에 10억달러,이후 1백억달러의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행정부와 국민에게 끊임없이 목표(비전)를 제시하고 이를 확인.점검했다는 것이다. 속도 경영은 21세기 신경제에서도 가장 중시되는 개념이다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은 구멍난 정치적 정통성을 메우기 위해 경제 쪽에서 실적을 내는 데 애썼다.집권 과정에서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경험했던 全전대통령은 일종의 파산 관리인이었다.朴전대통령을 '벤치마킹'하고 '모방 경영'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CEO의 관점에서 봤을 때 노태우(盧泰愚)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다. 미처 CEO 수업을 받지 않은 2세 경영자가 회사를 맡은 것 같다고 한다.경제라는 본질적 분야에선 경영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비용을 많이 들인 북방 외교에 주된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더구나 결단해야 할 때 결단하지 못했고,경영 전략상 우선 순위를 혼동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은 정치 군인의 숙정, 검은 돈 흐름의 차단 등 개혁 정책을 통해 결과적으로 '시스템 리엔지니어링'을 한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스스로 투사형 리더십을 극복하지 못한 데다 주변 참모까지 투사형으로 배치해 리엔지니어링의 후속 조치에는 실패했다. 잔뜩 일만 벌여 놓고 수습을 하지 못한 CEO라는 평가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목표의 제시는 비교적 분명했지만 이해 당사자 세력들에 동기를 부여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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