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어디로 가야하나] 5. 민간단체 보조금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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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해 2월 3일. 한나라당의 이사철 대변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낙천.낙선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들이 정부에서 거액의 지원금을 받아온 의혹이 있다"며 '유착설'을 공식 제기했다.

이같은 발표가 있자 시민운동계와 정부는 즉각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은 잘못이 없다"며 반박 자료를 냈다.

그후 한동안 시민단체들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계속됐다.

시민단체, 특히 시민운동성 단체들은 지금도 정부 지원금 문제만 나오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그 때문에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아예 2~3년 전 "정부 보조금은 받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정부의 시민단체에 대한 보조금은 1999년 봄에 시작됐다. 시민운동계가 활발하게 일을 벌어온 것 등과 관련, 98년 정기국회에서 1백50억원의 행자부 민간단체보조금 사업이 통과됐다. 이 돈은 과거 새마을운동.바르게살기.자유총연맹 등 소위 '관변단체'들에만 제공되던 것으로, 시민단체들에도 공정하게 분배돼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여.야 합의로 이뤄진 것이었다.

행자부는 75억원은 직접 전국 규모의 단체들에, 나머지 75억원은 지자체에 내려보내 지역단체들에 분배토록 했다. 지난해는 비영리 민간단체지원법을 제정,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99년부터 행자부에서는 2백여 단체가, 전국적으론 1천5백여 단체가 수백만~수억원까지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시민운동단체들이 정부 지원금을 받아야 하느냐, 또 받아도 좋다면 얼마나 받아야 하느냐에 대한 일률적인 답을 찾기는 어렵다. 우선 우리의 척박한 기부문화 현실에서 민간자금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정부가 국민들에 대한 민주주의 교육자금으로 시민단체에 자금을 지원한다. 그러나 독일을 제외하고 미국.영국 등 민주주의 전통이 강한 나라들의 경우 시민운동성 단체들이 정부지원금을 받는 예는 적다.

시민단체 중 봉사단체들의 경우 민.관 파트너십 차원에서 정부가 단체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바람직하다.

그러나 운동성 단체들의 경우 "정부 돈을 받는 만큼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을 잃는다"는 생각에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공익재단을 만들어 이들을 지원케 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이창호 전문위원(중앙일보 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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