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선희의 DVD파일] '아웃 오브 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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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선명한 영상과 입체적 사운드가 강점인 DVD 덕분에 안방에서도 극장 수준의 영화 감상이 가능하게 됐다.

여기에 최근엔 극장에서나 비디오로 접할 수 없었던 고전 영화와 다큐멘터리가 DVD로 대거 출시돼 영화팬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특히 한 감독의 모든 것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독립된 다큐멘터리는 DVD가 개척한 기특한 영역이라 하겠다.

'아이즈 와이드 셧'을 유작으로 남기고 세상을 떠난 명감독 스탠리 큐브릭에 관한 다큐물 '스탠리 큐브릭'(워너브라더스 출시)이 출시된 데 이어 최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출연한 영화와 그가 감독한 작품을 일별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바로 '아웃 오브 섀도 Clint Eastwood;Out of the Shadows'(워너브라더스). 브루스 리커의 2000년 작으로, 이스트우드의 출생에서부터 최근작 '스페이스 카우보이'까지, 모건 프리먼이 멋진 음성으로 안내한다.

이스트우드 하면 일반인들은 서부영화에서의 무표정한 사나이,'더티 해리'시리즈의 폭력적인 형사역의 배우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사실 그는 중요한 감독으로서도 대접받고 있다.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1971년)로 감독 데뷔를 해 '용서받지 못한 자' 등 20여편의 영화를 연출하면서 그는 걸출한 배우와 역량 있는 감독을 겸하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재즈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후원하는 예술가였다.

이번에 출시된 '아웃 오브 섀도'에서 이스트우드는 지혜와 겸손이 밴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의 영화에 관해 놀랍고 즐거운 일화들을 들려준다. 또 작가 윌리엄 골드먼, 영화 감독 마틴 스코시즈와 커티스 헨슨, 영화 평론가 재닛 메슬린과 얼마 전 작고한 폴린 카엘, 배우 일라이 월락과 립 톤 등이 이스트우드의 영화 세계를 분석하고, 그와 함께 한 소중한 시간들을 회상한다.

그리고 "미국이 자랑할 수 있는 진정한 예술 두 가지를 꼽으라면 서부 영화와 재즈"라는 이스트우드의 마지막 말처럼, 이 영화에선 재즈를 원없이 들을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그는 세 편의 재즈 영화를 만든 바 있다. 전설적인 재즈 색소폰 연주자 찰리 파커의 일대기를 담은 극영화 '버드'(1988년)와 모던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델로니어스 몽크에 관한 다큐멘터리 '델로니어스 몽크'는 직접 감독했고 캘리포니아의 몬터레이에서 열린 재즈 페스티벌의 40년을 회고하는 다큐멘터리 '몬터레이 재즈 페스티벌'은 그가 제작에 관여한 작품이다.

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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