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을버스 이용객들 '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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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회사원 홍민기(洪珉基.29.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2일 오전 새해 첫 출근길에 낭패를 당했다. 평소처럼 아파트단지 앞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1-2번 버스를 기다렸으나 20여분 만에 나타난 버스가 서지않고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지하철2호선 구의역까지 2,3번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이수영(李秀英.36.여)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李씨는 "정류장에 노선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조차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가 지난해 5월 제정된 마을버스 운행 조례에 따라 올해부터 시내버스와 정류장이 네개 이상 중복되는 마을버스 노선에 대해 지난 1일부터 정류장 폐쇄 조치를 취했으나 홍보 부족과 대체 교통수단 미비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에 따르면 전체 2백53개 마을버스 노선 중 폐쇄 대상은 69개. 이중 이미 정류장 조정이 이뤄진 13개 노선을 제외한 56개 노선의 정류장 2백86개소가 올들어 폐쇄됐다.

이에 따라 갑자기 '발'을 잃은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모범생' 아이디의 한 중학생은 "학교 앞 정류장이 없어져 야산을 넘어 5백m나 걸어 등교해야 한다"고 속상해 했다.

정류장이 줄어든 업체와 주민들의 반발에 시달리는 구청의 항의도 거세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치마을버스 이병선(李炳先.56)사장은 "전체 25개 정류장 중 9개만 남기고 모두 폐쇄돼 2일 하루에만 승객들로부터 1백여통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의 한 관계자도 "시민들이 오랫동안 이용하던 마을버스 정류장을 뚜렷한 대책없이 없애버리면 어쩌란 말이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노선과 과다하게 겹치는 마을버스 노선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지난해 1월의 대법원 판결에 따른 조치"라며 "안내문 미비 등 홍보 부족에 대해서는 이른 시간 안에 보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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