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공정 인사' 지시] 임기말 민심 추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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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얼굴)대통령이 인사 편중 시정을 지시했다. 29일 겨울 휴가를 보내고 있는 청남대에서 이한동(李漢東)총리를 통해 장관들에게 이런 방침을 전달했다.

金대통령은 지난 11월 8일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한 뒤 여러 차례 정부 인사에서 지연.학연 배제를 당부해 왔다.

또다시 이런 지시를 한 것은 내년 초 정부 각 부처의 국.과장급 인사에 대한 평가가 임기 마지막 1년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이 인사 탕평책을 거듭 강조하게 된 데는 최근 육군 참모총장 등 군 인사와 경찰청장 인사에서 비호남 출신 인사를 기용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모두 호남 출신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됐던 자리에 경남 출신의 김판규(金判圭)대장과 충남 출신인 이팔호(李八浩)청장을 발탁한 뒤 여론 조사에서도 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동안 인사 편중에 대한 시중의 불만이 그만큼 고조돼 있었다는 증거다. 때문에 金대통령은 金총장과 李청장에게 "내가 모범을 보였으니 당신들도 공정한 인사를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미 지난해 초 청와대 비서실은 정부 인사의 지역 편중성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시정 건의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에는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측근 인사들을 경고하는 것으로 넘어갔다. 이 때문에 정부 내에서도 金대통령의 공정 인사 지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그 결과 공직 사회에서는 인사 때만 되면 "누구는 어떤 실세의 줄을 잡아 성공했고, 누구는 줄을 잘못 잡아 낙마했다" "어떤 부처 인사는 누구 줄을 잡아야 한다"는 등의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능력은 없지만 특정 지역 출신이어서 승진했고, 특정 고교 인맥이 주름잡고 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심지어 호남의 K고.M고.J고 등 특정 고교 출신 사이의 알력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金대통령이 "청탁을 하지도 말고, 받지도 말라"고 지시한 것은 이같은 권력 실세(實勢)들의 개입에 대한 공개적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인사의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고는 임기 말 공직 사회의 줄서기와 이반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金대통령은 ▶능력▶개혁성▶청렴도를 인사 기준으로 삼으라고 지시했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개각과 공기업 인사에서도 이런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金대통령의 이런 방침이 실제로 어떤 모양새로 나타날지는 결과를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개각 등 인사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경우 임기 말 국정 운영이 한결 손쉬워질 수 있을 것이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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