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안함 사태, 중국의 진정한 국익을 묻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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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래서 한국은 처음부터 사고 원인을 예단하지 않았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조사단에 미국·영국·호주·스웨덴 등 외국의 전문가들을 참여시켰다. 창의적이고 집요한 물증 수거 작업을 통해 ‘북한제 어뢰의 추진부’라는 결정적 증거까지 확보했다. 각국이 앞다퉈 대북(對北) 규탄성명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조사 결과를 신뢰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동맹의 맹주(盟主)인 인도까지 비난 대열에 동참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국은 “모든 당사자에게 냉정과 절제를 촉구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북한보다 남한에 대한 주문으로 읽힌다.

물론 우리는 중국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이해한다. 이번 사태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위협받고, 북한 정권이 흔들리는 것은 중국의 국익에 반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혹시라도 북한 정권이 붕괴됨으로써 난민이 중국으로 밀려들고, 나아가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국경을 맞대는 사태가 온다면 중국의 전략적 이익이 결정적으로 손상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요컨대 한반도의 현상 유지가 중국의 국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자유·개방·소통·공동번영이라는 21세기의 보편적 가치와 담을 쌓은 시대착오적이고 폭압적인 세습왕조 정권의 후견인 노릇을 하는 것이 진정 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중국은 외교적 상상력의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전체를 자유·평화·공동번영의 터전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중국의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만전지책(萬全之策) 아닐까. 눈앞의 이익 때문에 미래의 더 큰 이익을 놓친다면 소탐대실(小貪大失) 아니겠는가.

우리는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21세기의 대국(大國)으로, 국제사회의 존경받는 나라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려면 그에 걸맞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후원하는 나라들을 보라. 북한·이란·수단·미얀마·짐바브웨 등 국제사회의 문제아들 아닌가. 물론 경제적 이익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의 소프트 파워가 입게 될 손상도 생각해야 한다. 동북아와 세계지도를 펴놓고 미래의 더 큰 국익을 곰곰이 따져본다면 천안함 사태에 대한 답은 자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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