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없던 100㎡ 아파트, 이젠 효자상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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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국민주택규모(85㎡·이하 전용면적)보다 조금 큰 중형아파트(100~102㎡형, 옛 39평형 정도)가 요즘 분양 시장에서 인기다. 청약 때 주택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끌면서 공급 물량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크기가 어중간하다는 이유로 한동안 수요자들에게 외면받았으나 이제는 건설업체들이 이 주택형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울 정도다. 대형 아파트 선호도가 많이 떨어진 데다 발코니 확장으로 집을 넓게 쓸 수 있는 현실이 주요 이유다.

이달 초 경기도 광교신도시에서 나온 e편한세상 아파트는 중형인 100㎡, 101㎡형은 전체 공급 물량의 37.6%(740가구)나 됐다. 이들 주택형은 해당 지역(경기도) 청약에서 87대 1로 마감되면서 다른 주택형보다 경쟁률이 더 높았다. 대우건설이 이달 중순 인천 송도에서 선보인 송도푸르지오도 대형인 115㎡형은 순위 내(1~3순위)에서 미달됐으나 101㎡형은 쉽게 주인을 찾았다.

이전에 분양된 단지들에선 100~102㎡형이 많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광교신도시에서 분양된 래미안의 경우 100㎡형은 2가구(전체 629가구)에 불과했다. 같은 때 광교에서 나온 호반베르디움과 올 1월 송도에서 선보인 롯데캐슬과 해모로월드뷰는 모두 110㎡ 이상의 주택형으로 구성됐다.

대림산업 마케팅전략팀 조현욱 차장은 “분양 직전 수원 일대 주부 4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중형 아파트 선호도가 대형(134㎡ 초과)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 101㎡형 비율을 당초 계획보다 10% 정도 늘렸다”고 말했다.

26일 청약접수가 시작된 용인 보정역 꿈에그린 아파트는 펜트하우스 2가구를 뺀 368가구가 모두 101㎡형으로 설계됐다. 우미건설은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지구에서 하반기 분양할 우미건설은 당초 계획했던 128㎡형을 없애는 대신 101㎡형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중형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공급도 늘어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주택 경기 침체에 따라 틈새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내외주건 정연식 상무는 “수도권 장기 미분양의 70~80%가 대형 아파트”라며 “따라서 가격과 크기에서 경쟁력을 가진 중형 아파트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가족 수가 줄면서 방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데다 발코니를 확장하면 전용면적이 20% 정도 커져 대형 아파트 못지않게 공간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화건설 나기범 분양소장은 “101㎡형을 신청할 수 있는 청약예금 가입자 수는 대형(102㎡ 초과) 가입자의 두 배 정도여서 수요가 탄탄한 편”이라며 “크기와 기능은 대형과 비슷하면서 분양가는 싸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임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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