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새뚝이] 5.문화-출판 이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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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01년 영화계는 파천황(破天荒)을 이뤄냈다.한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근접했다. 연초만 해도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기록적인 수치다.

하지만 이것은 기적이 아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문화계의 텃밭을 기름지게 가꾸려고 땀을 흘렸던 모든 이들에게 공(功)을 돌려야 한다. 어디 영화뿐이랴?

연극.출판.방송.미술.가요.만화 등 문화계 전체가 뛰었다. 정치는 혼란스럽고,경제는 불안해도 문화계는 새로움을 향한 정진을 멈추지 않았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그것은 고전 속의 명언이 아니라 올 문화판의 프락시스(실천강령)였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지난 3백65일을 달음질쳤던 문화계 주역들을 간추렸다.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이윤기(54)씨가 조성한 신화 관련서 출간 붐은 올해 출판계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웅진닷컴)는 출간 연도로 보면 지난해 저작이다.

하지만 출판계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올해에 두드러졌다. 판매실적을 봐도 지난해 10만부이던 것이 올핸 30만부로 껑충 뛰었다.

이씨를 본격 신화연구가로 자리매김한 이 책의 성공비결은 이 시대의 감수성을 건드렸다는데 있다. 이성과 과학 만능주의에 밀려 소외됐던 인간의 감성에 대한 관심을 촉발한 것이다.

이는 그리스.로마를 넘어 중국.인도.중남미 등의 다양한 신화 소개는 물론 각종 신화학 개론서와 어린이 신화서의 양산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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