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3부작 다큐 '예수' 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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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예수가 두 손과 두 발이 십자가에 못박힌 채 죽었다는 기록은 과연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손바닥에 못을 박아 6시간 정도 매달아 놓으면 체중 때문에 손바닥 살이 찢어져 매달려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펴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성경의 기록이 허구라는 이야기인데….

하지만 예수가 못박혔을 때 다리를 축 늘어뜨리지 않고 체중을 받치도록 발판을 만들었기 때문에 손이 찢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보여준다.

또 예수가 기득권층인 종교 지도자나 로마 관리와 갈등을 일으켜 십자가에서 비참한 종말을 맞이한 배경은 뭘까?

이는 바로 예수의 가르침이 기득권층보다는 그들에게 적대적이었던 병자들이나 고아.과부.창녀들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기득권층에게 예수는 사회 혁명론자나 불순분자로 비쳤기 때문에 십자가형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예수의 탄생과 죽음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사회 개혁론자로서 예수의 삶을 재조명한 EBS 다큐멘터리 '예수'(3부작,BBC 월드와이드 제작)가 성탄 특집으로 25~27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사실 기독교인이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예수의 탄생과 그의 발자취를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다큐는 예수의 생애 및 많은 사건과 관련해 신앙적 측면에서 수긍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고고학적 연구를 통한 구체적인 증거들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또 해답을 내릴 수 없는 종교적 신화를 놓고 논쟁을 유도하기보다는 가능한한 사실을 바탕으로 비종교인에게 접근하고 있어 설득력을 지닌다.

시청자들은 이 다큐를 통해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갈 만큼 혁신적인 사회 개혁론자였던 예수, 무저항 운동을 외치던 평화주의자 예수의 모습을 생생히 접할 수 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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