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인공세포와 다이너마이트의 공통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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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김석진 교수

지난주 출간된 온라인판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인간이 만든 최초의 세포가 탄생되었다고 한다. 이 세포는 실험실에서 DNA를 인공적으로 만든 후 이를 Mycoplasma mycoide라는 박테리아에 이식하여 만들어 졌으며 인조DNA를 가진 이 박테리아는 스스로 성장과 분열을 할 수 있다고 한다.

25명의 과학자들과 함께 휴먼게놈프로젝트로 유명한 크레이그 벤쳐라는 인물의 주도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의 성과는 인공생물학(synthetic biology)라는 새로운 학문의 도약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아직은 실용성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지만 이들은 차후 의료와 산업용 미생물을 만드든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크다. 이미 세계적인 정유회사인 엑손은 대체에너지 물질을 생성하는 미생물 개발을 위해 이팀과 60억달러에 달하는 연구개발 계약을 했다고 한다.

이 연구팀의 과학적 성취를 바라보는 필자의 머리엔 ‘노벨’이란 이름이 문뜩 떠오른다.

노벨은 채석장의 광부들이 사고로 인해 빈번하게 죽어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나이트로글리세린이란 물질의 폭발력을 이용하여 채광을 하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액상인 나이트로글리세린은 충격에 민감하여 폭발로 인한 안전사고가 빈번하였다. 노벨은 이 액체상태의 물질을 고형으로 만들어 이 물질을 안전하게 만드는데 성공하였고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다이너마이트이다.

노벨의 발명은 채광산업의 안전성과 생산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다이너마이트는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전쟁의 도구로도 사용되는 또다른 운명의 길을 걷게 된다.사람의 생명을 아끼기 위하여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의 입장에서 이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었고 실제로 그를 살인자로 매도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게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노벨상은 바로 그의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그의 유언으로 만들어진 상이다. 이처럼 발명이란 동전의 양면처럼 발명가의 순수한 의도와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어지는 두 얼굴이 함께 존재함을 역사는 우리에게 반복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인간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데 한걸음 더 다가갔다는 이번 발표는 백신과 같은 의약품, 공해를 만들지 않는 대체에너지와 같은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한편 생명과학분야에서 항상 언급되는 윤리적인 문제나 이 테크놀로지가 잘못 사용될 경우 생리학적 무기의 개발 등 부정적인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필자는 이번 과학적 진보가 가져다줄 긍정적인 가치에 동의하면서도 ‘자연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고 믿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자연은 우리가 함께 어울려 살아야할 동반자이지 인간의 편의에 의해 바꾸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믿는다.

김석진 교수

미국 인디애나대학 교수로 인류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 최근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는 기업 ㈜나무·물·산(www.vsl3.co.kr)의 대표를 맡아 바른 식생활과 유익한 균 섭취의 중요성을 알리는 칼럼 게재와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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