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 신·구파 "싸우다간 공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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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동교동계 신.구파가 내부 암투설 봉합에 나섰다. 신파인 한화갑(韓和甲)고문은 측근들에게 "신.구파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는 어떤 발언도 하지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구파의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측도 "암투는 없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신.구파 암투설은 '진승현 게이트'에 대한 검찰 재수사가 시작된 이후 증폭돼 왔다. 신광옥(辛光玉) 전 법무부차관.이무영(李茂永) 전 경찰청장.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 등 최근 검찰 수사를 받거나 구속된 사람들이 각기 동교동계 신파나 구파와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 때문에 특정인이 수난을 겪을 때마다 "이번엔 구파가 당했다""아니다. 신파다"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구파 암투설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차남 홍업(弘業)씨가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보도되면서 절정을 이뤘다.

홍업씨는 17일 "특정 집단의 물귀신 작전이 아니길 빈다"면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된 것을 특정 집단과 연관시켰다. 동시에 민주당 주변엔 홍업씨가 언급한 특정 집단이 동교동 구파라는 설이 돌았다. 權전고문의 한 측근이 "검찰에 구속된 브로커 최택곤(崔澤坤)씨가 홍업씨와 가까웠다"고 말하고 다녔고 이를 알게 된 홍업씨가 격노했다는 소문과 함께다.

홍업씨는 18일에도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치권에 눈길 한 번 안줬고 숨도 크게 안쉬고 있다"며 서운한 감정을 표출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동교동계 신.구파는 "이대로 가다간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됐고,봉합에 나섰다는 것이 양측의 설명이다.민주당 장전형(張全亨)부대변인은 "신.구파가 정치적인 견해는 다르더라도 외부에서 화살이 날아오면 단합해야 한다는 정서는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혁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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