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수도권 2차 보금자리 인기 시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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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18일부터 시작된 2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접수에서 서울 강남권은 첫날 청약저축액 800만원 이상의 1순위 접수에서 10대1 이상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반면 수도권은 20일까지 납입 실적 36회 이상 1순위 접수에서도 미달됐다.

구리 갈매지구만 마감되고 나머지 지역에선 모집가구수의 절반가량이 24일 일반 1순위 청약으로 넘어갔다. 남은 물량이 많아 일반 1순위 접수에도 미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청약성적은 지난해 10월 시범지구와 비교해 훨씬 못하다. 시범지구 분양 때 수도권은 60회 이상 1순위에서 모집가구수를 훨씬 넘겼다.

무엇보다 비싼 체감 분양가가 청약을 주저하게 했다. 이번 수도권 분양가(전용 85㎡ 기준)는 3.3㎡당 890만~990만원으로 시범지구(3.3㎡당 850만~970만원)보다 소폭 올랐다. 주변 시세와 비교해서도 비싸졌다. 2차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는 정부가 밝히기로는 주변의 75~80%인데 시범지구의 경우 70% 정도였다.

그런데 수요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분양가는 이 수준보다 더 높다. 정부에서 주변 시세 기준을 주변 지역 전체가 아닌 일부 새 아파트로 삼았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업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선 주변 시세보다 더 높다.

민간 아파트와 가격 차이도 크지 않다. 전용 85㎡의 보금자리주택 분양가가 3.3㎡당 990만원까지 나간 구리 갈매, 남양주 진건지구 인근의 별내지구에 최근 분양된 같은 크기 민간주택은 3.3㎡당 1050만원이었다.

남양주 진건지구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주민들은 보금자리주택 분양가가 많이 싸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래에셋생명 이명수 부동산팀장은 “보금자리주택 분양가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치는 주변 시세의 반값에 가까운 강남 수준인데 그렇지 못해 수요자들이 실망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전인 지난 3월 3차 보금자리지구를 발표했다. 3차 지구의 사전예약은 하반기 2만~3만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3차뿐 아니라 시범지구의 본청약이 하반기부터 지구별로 진행된다.

국민임대주택단지에서 보금자리지구로 전환된 곳들에서도 다음 달부터 분양 물량이 나온다. 여기에다 정부는 2012년까지 수도권에서 매년 8만 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3차 보금자리지구의 입지여건이 대체로 2차보다 낫다고 평가돼 2차를 생각하던 수요자들 가운데 3차로 방향을 튼 사람이 적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시들해진 보금자리주택 인기에는 주택시장 침체도 한몫하고 있다. 투모컨설팅 강공석 사장은 “주변 집값과 확연히 차이 나는 강남권을 제외하곤 보금자리주택이 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마당에 수요자들은 앞으로 1~2년 뒤 계약 때부터 7년 이상 팔지 못하는 전매제한의 부담을 더욱 크게 느낀다. 경원대 이창수(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땅값 상승 등으로 값 싼 보금자리주택을 대량 공급하려는 정부 정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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