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생명체 탄생 앞당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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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유전자가 성공적으로 이식된 박테리아(위)와 그 유전자가 정상으로 작동해 수십 개로 번식한 박테리아의 전자현미경 사진. [사이언스 제공]

태어날 때 가지고 나온 유전자를 인공 유전자로 통째로 바꾼 박테리아가 번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인공 생명체를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인간 지놈 지도 완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미국 크레이그 벤터연구소 크레이그 벤터 박사팀은 ‘M. 마이코이즈(M. mycoides)’라는 박테리아의 유전자와 동일한 인공 유전자를 만든 뒤 ‘M. 카프리콜룸(M. capricolum)’이라는 박테리아에 이식해 정상적으로 생명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결과는 미국의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20일자에 발표됐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인공 유전자를 이식받은 카프리콜룸 박테리아들은 정상적으로 단백질을 생산하고 번식까지 했다. 인공 유전자를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은 얼마만큼 정확한 순서대로 DNA 조각(염기)들을 잘 꿰맞추느냐에 달려 있었다. 마이코이즈의 DNA 염기는 약 100만 쌍에 달한다. 유전자를 건축물로 비유하면 염기는 벽돌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먼저 마이코이즈의 DNA 조각들의 순서를 완벽하게 밝혀냈다. 그래야 제대로 복제할 수 있어서다. 유전자 합성에 사용할 DNA 조각들은 다른 회사에서 대량으로 구입했다. 이어 마이코이즈의 유전자와 동일하게 복제하기 위해 퍼즐처럼 DNA 조각들을 맞춰나가 완성했다. 한 부분에서 순서를 잘못 꿰맞추는 바람에 연구결과가 3개월이나 늦게 나왔다.

벤터 박사팀은 이 유전자를 마이코이즈의 사촌 격이며 살아 있는 카프리콜룸에 이식했다. 그 결과 카프리콜룸은 원래 가지고 있던 유전자가 인공 유전자로 대체됐지만 정상적으로 생명을 유지했다. 지금까지 미생물 공학자들이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일부 조작해 새로운 단백질을 생산하거나, 각종 유용한 물질의 생산능력을 배가시킨 적은 많았다. 그러나 이처럼 유전자를 통째로 바꿔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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