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폴란드기 조종실에 사령관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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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전용기 추락 사고는 대통령 또는 군 관계자가 무리한 착륙을 지시해 일어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폴란드 합동조사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고 직전 조종실에 조종사·부조종사 외에 두 명의 외부인이 있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회수한 블랙박스의 조종실음성녹음장치(CVR)에 추락 전 20∼16분 사이에 4명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그중 한 명은 누군지 확인됐다”고 말했다. 회견 뒤 폴란드 PAP통신은 확인된 한 명은 안제이 브와시크 공군사령관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브와시크 사령관이 조종사에게 착륙을 지시했거나 카친스키 대통령이 브와시크 사령관에게 착륙을 명령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CVR에 따르면 조종사는 추락 27분 전 러시아 스몰렌스크 공항 관제탑으로부터 안개 때문에 착륙이 어렵다는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 조종사는 이를 무시하고 착륙을 시도하다 카친스키 대통령 등 96명이 숨지는 추락 사고를 냈다. 카친스키 대통령은 2년 전 그루지야 방문 때 조종사가 안전을 위해 다른 공항으로 회항하려 하자 착륙을 명령했고, 조종사가 이를 어기자 명령불복종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도록 했다.

합동조사위원회는 카친스키 대통령 일행이 사고 당일 폴란드에서 출발 예정 시간보다 1시간30분 늦게 이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시간에 쫓겨 무리한 착륙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대통령 일행은 러시아 군에 의해 폴란드 엘리트들이 몰살당한 ‘카틴숲 학살 70주년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스몰렌스크로 가던 중이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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