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르 누군가…] 옛소련에 항거, 96년 집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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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탈레반의 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41)는 아프가니스탄은 물론이고 전 이슬람권에서 신화적 인물로 통한다. 그러나 오마르는 서방 세계에는 한번도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베일 속의 인물'이다.

그러나 이제 오마르는 전설과 신비의 장막을 걷고 밖으로 나와야 할 운명의 시간을 맞았다. 어쩌면 미국이 주재하는 군사법정에 서야 할지도 모른다.

그가 이런 비참한 처지에 몰리게 된 이유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에 의해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을 지나치게 환대한 데 있다. 오마르는 미국이 빈 라덴의 인도를 요구하자 "증거를 제시하기 전에는 우리의 귀한 손님을 쫓아보낼 수 없다"며 일축했다.

이에 따라 그는 10월 7일부터 미국의 강력한 응징을 받았고, 결국 집권 5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내놓게 됐다. 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없었더라면 오마르는 아직도 칸다하르 인근의 고향 싱헤사르 마을에서 평범한 월급쟁이 설교자로 살고 있을지 모른다. 소련의 침공으로 그는 코란 대신 총을 집어들었고 항전 중에 오른쪽 눈을 잃었다.

89년 소련군 철수 후 이슬람 군벌들의 할거에 맞서 94년 탈레반(이슬람교 학생 조직)을 조직한 그는 파키스탄의 지원을 업고 96년 카불에 입성,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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