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중원을 장악하라"박지성에 특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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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미드필드에서 치열하게 싸워라."

9일 오후 5시 제주도 서귀포 소재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미국전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필승 전략을 내놨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월드컵 예선 경기를 VTR로 분석한 결과 미국의 공격은 대부분 코비 존스(LA 갤럭시)가 미드필드에서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특히 미드필드에서 한번에 최종 공격수까지 정확히 연결하는 패스는 바로 골 찬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대표팀은 존스와의 허리싸움에서 기선을 제압해야 미국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역할은 박지성(교토 퍼플상가)이 맡기로 했다.

박지성은 지난 5월 컨페더레이션스컵 이후 부상과 소속팀 일정으로 단 한번도 대표팀 평가전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박선수는 90분 동안 쉼없이 뛸 수 있는 체력을 가진 데다 상대 공격의 길목을 잘 알고 효과적으로 차단해내는 등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히딩크가 가장 신임하는 선수다. 지난달에는 박선수가 부상 중이어서 뛰지 못하는 걸 알고도 분위기라도 익히라며 그를 대표팀에 불렀을 정도다.

이에 따라 박지성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존스를 꽁꽁 묶는 동시에 한국팀의 공격 활로를 터주는 플레이메이커까지 '1인2역'의 역할을 맡게 된다. 그동안 유상철(가시와 레이솔)과 송종국(부산 아이콘스) 등이 이 역할을 맡아봤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은 7일 "현대 축구는 미드필드 장악력이 승패의 관건이 된다"며 "박지성이 체력이나 기량면에서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지성의 미국전 활약 여부에 따라 대표팀의 커다란 숙제 하나가 해결될 수 있다.

대표팀은 이와 함께 유상철.이을용(부천 SK).이영표(안양 LG).최성용(수원 삼성) 등 공.수 능력을 고루 갖춘 선수들을 미드필더로 세운다. 이들이 공격의 실마리를 풀고 이천수(고려대).최태욱(안양 LG)의 빠른 발을 활용, 기회를 만든 다음 스트라이커 황선홍(가시와 레이솔)이 마무리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수비는 안정단계에 들어갔다고 자평하는 김태영(전남 드래곤즈)-송종국-최진철(전북 현대) 스리백을 가동한다.

한국 대표팀은 7일 오전 훈련을 웨이트 트레이닝과 코칭 스태프 전략회의로 대체한 뒤 오후 3시30분부터 황선홍과 유상철이 합류한 가운데 서귀포시 강창학경기장에서 전술훈련을 했다.

미국 대표팀은 이날 훈련 없이 헬기편으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둘러본 뒤 오후에는 휴식을 취했다.

서귀포=전진배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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