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티베트가 부르는데 어찌 안갈쏘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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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경희대 중문과 명예교수 박철암(朴鐵岩.78)옹의 인생은 모험과 낭만의 여정이다.

39세 때인 1962년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히말라야의 다울라기리봉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39년간 탐험에 열정을 쏟았다. 알프스나 대만의 옥산 등 고봉(高峰)을 십여차례 원정했다. '지구의 마지막 오지(奧地)'라는 티베트 고원도 열두번 오르내렸다.

朴교수가 해발 4천m가 넘는 험하고 황량한 산길을 쏘다닌 거리는 줄잡아 8만㎞. 서울과 부산 사이를 1백번 왕복하는 거리다.

그의 무용담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만큼 스릴이 넘친다.

"몇년 전 야루창푸강의 한 지류를 건너다 급류에 휘말려 40여m를 떠내려 간 적도 있지. 홍뚜안 산맥을 지날 땐 땅이 내려앉아 천길 절벽 아래로 떨어질 뻔했어. 그 때 한뼘 정도만 왼편에 서있었어도…."

朴교수는 다음달 초 자신의 모험인생을 담은 『지도의 공백지역을 가다』(도피안)라는 책을 낸다. 여행 틈틈이 정리해둔 감동과 위험의 순간들을 원고지 1천여장과 사진 60여장으로 재현한 것이다.

마지막 교정(矯正)작업이 한창인 지난 4일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이 책은 내 목숨 서너개랑 맞바꾼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책에서 지도상의 공백지역인 티베트 북부 창탕고원 일대(20만㎢)의 비경(□境)을 처음으로 소개한다. 이 곳은 티베트 현지에서도 '봄이면 기러기떼가 알을 낳으러 인도에서 찾아드는 곳'정도로만 알려져 있는 오지 중의 오지다.

그가 유독 티베트를 찾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처음 티베트의 산에 올랐을 때 산양떼를 몰고가는 소녀가 꽃을 뜯어 피리를 부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래선지 그는 티베트의 꽃을 많이 카메라에 담았다.

朴교수는 5남매를 모두 출가시키고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에서 부인 강재연(75)씨와 산다. 그는 "티베트를 한번 다녀오는 데 5백만~6백만원이 든다"며 "적금을 계속 까먹고 있다"고 말했다.

타고난 강골(强骨)인 그는 젊은 탐사대원들이 고산병으로 쓰러져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젊은이들을 만나면 종종 이렇게 일갈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기백도 없고 나약해 빠졌어. 젊음이란 게 뭔가. 이상과 목표를 추구하는 것 아닌가."

그는 "티베트가 거부할 때까지 계속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도 티베트에 갈 예정이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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