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陳게이트 윤곽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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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성홍(丁聖弘)전 국가정보원 경제과장이 진승현(陳承鉉)씨에게서 거액의 돈을 받아 구속된 데 이어 김은성(金銀星)전 국정원 2차장도 陳씨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됐다.

金전차장의 휘하에 있었던 김형윤(金亨允)전 경제단장도 정현준(鄭炫埈)사건과 관련해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여서 이들 국정원 고위 간부 3인방이 '鄭.陳게이트'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짙어지는 김은성 전 차장 개입 의혹=丁씨는 지난해 4월부터 陳씨 회사의 법인카드와 현금.수표로 1억4천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丁씨는 지난해 4.13 총선 직전 陳씨와 함께 민주당 김홍일(金弘一)의원을 찾아간 사실도 밝혀져 두 사람이 평소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보인다.

또한 丁씨의 상관으로 당시 국내 업무를 총괄하던 金전차장도 알려진 것보다 깊이 陳씨 사건에 관련된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 金전차장은 검찰이 陳씨에 대한 내사를 하던 지난해 9월 김재환(金在桓)전 MCI코리아 회장과 함께 대검찰청을 방문, 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현 검찰총장)과 김대웅(金大雄)중수부장(현 서울지검장)을 만나 陳씨의 수사 내용을 문의했다.

이에 대해 金전차장은 "김재환씨가 딸의 신랑감으로 陳씨를 추천해 陳씨 관련 사항을 문의했던 것"이라고 해명해 왔다.

그러나 陳씨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데다 1천만원의 '격려금'을 부하에게 지급하며 陳씨의 수사 상황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이 더해지면서 金전차장이 陳씨 사건에 깊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커졌다.

◇ 鄭.陳게이트 배후는 국정원□=金전차장은 陳씨 사건과 별개로 지난해 9월 이경자(李京子.수감 중)동방금고 부회장에게서 1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당시 金전차장의 부하였던 김형윤 전 경제단장은 李씨에게서 금감원의 금고 검사를 무마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5천5백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와 관련, 金전차장이 지휘하는 국정원 내 경제 관련 간부들이 陳씨와 정현준씨 사건에 연루된 것을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재환씨가 陳씨 구명을 위해 민주당 김방림(金芳林)의원을 만나는 데 동행한 것으로 알려진 전 검찰청 직원 金모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金전차장이 사적인 일에 공적 조직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국정원 내 일부 조직이 벤처 기업을 관리하며 정치자금 조성 등에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金전차장은 이런 의혹들을 부인하고 있어 검찰의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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