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金' 불똥 경찰수뇌까지 번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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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해 국가정보원이 경찰의 수지 金 사건 내사를 중단시킨 의혹과 관련, 검찰이 이무영(李茂永)전 경찰청장까지 소환 조사키로 한 것은 李전청장이 경찰의 내사 중단을 결정한 최고 책임자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를 근거로 金승일 당시 국정원 대공수사국장과 李전청장 두사람이 협의해 당시 경찰청 외사과의 수지 金 사건 내사를 중단시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8일 "경찰 고위간부가 국정원으로부터 (수지金이 남편에게 살해됐다는)사건 진상을 통보받고도 협조 차원에서 내사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면 직권남용이나 범인도피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가 지칭한 경찰 고위간부는 李전청장과 당시 경찰청 외사관리관 金모 치안감 등이다.

이에 따라 李전청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28일 검찰 조사를 받은 金전국장이 당시 상황을 어떻게 진술했느냐가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 경찰, 수지金 사건 진상 알았나=경찰은 지난해 국정원에 사건 관련 서류를 넘겨주고 내사를 중단한 것은 외압 때문이 아니라 관계법규에 근거한 국정원의 정식 요청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이팔호(李八浩)경찰청장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에 따라 대공사건을 조정할 역할을 갖고 있는 국정원에 사건을 넘긴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즉 경찰은 수지 金 사건의 진상을 모른 채 국정원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27일 金모 전 국정원 대공수사1단장으로부터 "경찰측에 사건의 진상을 알리고 협조를 부탁했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 사법처리 대상은=검찰은 현재 국정원 간부 2명, 경찰 간부 1~2명 정도를 사법처리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정원 간부들의 경우 金전국장과 金전단장이 사법처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찰에 수사 서류를 받으러 갔던 국정원 실무자 2명은 간부들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한 만큼 사법처리 대상에서는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경우 국정원으로부터 사건 진상을 설명받은 것으로 드러나면 李전청장과 金 전 외사관리관이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지난해 국정원 국내업무를 총괄했던 고(故)엄익준(嚴翼駿)2차장은 이 사건에 관해 보고를 받기는 했지만 수사 중단과 사건 은폐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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