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TV 앵커 민선희 "전세계에 팬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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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기쁜 뉴스만 나오면 잘 웃어요. 그런데 담당 PD는 가벼워보인다고 웃지 말래요. 그래도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우리 경제가 몇% 성장했다, 우리 팀이 이겼다는 소식을 전하는데 어떻게 안 웃어요."

케이블 영어채널 아리랑 TV 민선희(25)앵커는 프로를 진행하다가 자주 웃는다. 우리에겐 뉴스방송 진행자의 미소가 어색하게 비칠지 모르지만 그는 "CNN이나 ABC 뉴스를 보다 보면 앵커의 미소를 자주 만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3월 아리랑 TV에 입사, 불과 1년반 만에 주목받는 앵커가 된 민씨는 영어 뿐 아니라 불어와 스와힐리어에 능통한 재주꾼이다. 현재 한 주간의 국내 뉴스를 종합 보도하고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코리아 디스 위크'와 일반 방송국으로 치면 9시 뉴스에 해당하는 '아리랑 뉴스'의 주말 앵커로 활약하고 있다.

"영국과 케냐 등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어요. 그런데 대학은 꼭 한국에서 다니고 싶었어요. 왜냐고요, 한국 남자와 결혼하려면…." 실제 그는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 한국말을 더듬거리던 숙명여대 1년학 때 과대표를 맡았는가 하면 내친 김에 과 부학생회장까지 지낼 정도로 저돌적인 면을 지녔다.

세계 각지로 방송되는 아리랑 TV의 특성상 그의 팬은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다. 방송 초기 한참 실수가 많을 때 파키스탄의 40대 토머스가 보내준 "목소리가 힘있다"는 격려, 미국의 교포 여고생의 "언니 힘내요"라는 응원의 소리를 그는 잊지 못한다고 한다.

"참 그거 아세요. 우리 방송국에서 수위 3년 하시면 통역도 할 수 있다는 말이 있어요. 저희 방송 보시면 영어 공부에 엄청 도움이 되거든요. 정말 영어 잘 못하시던 카메라맨이 어느 날 술을 드시고 영어를 하는데 제가 다 놀랐다니까요."

외모엔 초년병 티가 역력한데도 그의 말에는 패기가 묻어난다. 듣는 이로 하여금 이번주 '코리아 디스 위크'를 한번 봐야지 하는 '오기'가 생기게 한다.

글=신용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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