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간 배아복제 치료에 국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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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간의 배아복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인류는 이제 정자와 난자의 수정이라는 전통적인 생명탄생 방식 외에 살점이나 혈액 등 체세포만으로 자신과 닮은 개체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배아복제의 당위성은 줄기세포 배양을 통해 원하는 장기(臟器)를 생산함으로써 난치병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있다. 인간의 배아복제에 성공한 미국 ACT사도 자신들의 연구가 치료목적일 뿐 개체복제 등 윤리를 거스르는 행위에 있지 않음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배아복제의 성공은 과학적 개가에 앞서 근본적인 윤리문제를 안고 있다. 줄기세포를 얻기 위한 배아복제 과정에서 많은 배아가 불가피하게 파괴되기 때문이다.

배아를 세포 덩어리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생명의 씨앗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난치병 치료냐,생명윤리냐의 선택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

세계 각국은 현재 생명윤리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금지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현재 입법을 추진 중인 국내 생명윤리법 초안도 배아복제 실험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치료목적이라면 전면적인 금지보다 당국의 감독 아래 제한된 범위 내에서 배아복제 연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만 한다. 배아 못지않게 난치병 환자의 인권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국.일본도 출산 목적의 배아복제만 금지할 뿐 난치병 연구를 위한 배아복제는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배아복제에 비해 기술적 효용성은 떨어지지만 윤리에 반하지 않고 줄기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대안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미 국내 의료진이 냉동수정란을 이용해 심장의 근육세포를 만들어냈으며,탯줄에서 성체 줄기세포 이식술을 통해 조골세포를 만들어낸 바 있다.

불임 부부들이 잉여생산한 냉동수정란은 원래 폐기처분될 대상이란 점에서, 성체 줄기세포 이식술은 배아복제를 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합당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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