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쌀정책 180도 선회…"개방현실화"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김영삼 정권 5년 동안 추곡 수매가격을 4% 한번밖에 안 올린 것을 우리는 지난번에 5.5% 올렸습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998년 취임 직후 국민과의 대화에서 한 농민의 질문에 이렇게 자랑했다.

金대통령은 취임사에서부터 '쌀의 자급자족' '농축수산물 가격 보장'을 내세웠다. 그해 6월 농림부 업무보고 때는 "쌀값 현실화를 검토하라. 지금 쌀이 값싸고 아무리 농사를 지어도 소득이 안 올라가니 젊은이들이 농사를 짓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26일 金대통령은 "이제 덮어놓고 정부에 쌀값을 올리라고 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선언했다. 충북 도정보고회에서다. 적어도 쌀정책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돌아선 셈이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의해 쌀시장은 2004년부터 개방하도록 돼 있는 현실을 수용한 것이다.6년 동안 쌀값을 내리며 쌀시장 개방에 대비해온 일본과 달리 한국은 중국의 6배, 동남아의 5배에 달하는 쌀값을 유지해왔다.

그렇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쌀시장이 개방되는 순간 농업이 일시에 붕괴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金대통령도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金대통령은 "지금 관세를 높이 매기고, 비싸게 사주고 해서 억지로 맞추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제 원하건 원치 않건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金대통령은 몇 가지 해결책도 내놨다. ▶생산비 절감▶고품질의 다양한 쌀 생산▶전자상거래 등 유통비용 절감▶소비 확대 등 네 가지다.

여기에 "필요한 농지는 휴경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金대통령이 내놓은 방안들은 일본의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들은 하루 이틀에 성과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정책이라는 데 金대통령의 고민이 있다.

김진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